칭찬이 이렇게 큰 힘이었나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진 날. 폴댄스 두 번째 수업을 예약했다. 체험 수업을 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아침이었다. 온몸이 근육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근육통은 운동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오래 쉬지 않고 바로 다음 수업을 예약해 두었다.
본격적으로 배우는 첫날이라 기대가 되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가 두려워 이번에는 위아래로 히트텍을 입고, 기모 바지에 패딩을 껴입은 뒤 운동복은 가방에 따로 챙겼다. 따뜻한 보리차까지 준비해 비장하게 집을 나섰다.
현관을 나가자마자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추웠다. 아파트 문을 나서는 순간 칼바람이 얼굴을 찢는 것 같았고, 냉기가 히트텍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학원이 5분 거리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번에 도보 30분 거리의 발레 학원을 알아보다가 포기한 스스로를 칭찬했다.
학원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거울을 보니, 추위 때문에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학원에 들어갔다. 학원 안은 훈훈한 공기로 가득했다. 강사님이 미리 난방을 켜둔 모양이었다. 간다히 인사를 나누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운동용 나시와 짧은 반바지로 갈아입고 나와 폼롤러로 몸을 풀었다. 그리고 수업 시간이 되어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체험 수업과 비슷하겠지 싶어 별생각 없이 따라갔는데, 본수업이라 그런지 동작도 더 추가되고 근력 운동도 더 강도 있게 진행되었다. 어찌저찌 후들거리는 몸으로 따라가고 있었는데, 플랭크에서 결국 와르르 무너졌다. 팔에 힘이 도저히 들어가지 않아 다시 몸을 일으키다가도 금방 무너져버렸다.
‘운동을 너무 쉬었구나…!’
예전 같으면 어렵지 않았을 동작인데 따라가지 못하자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왜 내 몸이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했을까?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결국 누워서 하는 복근 운동으로 대체하며 근력 운동을 마무리했고, 헉헉거리며 매트를 닦았다.
그래도 체험 수업에서 폴 동작은 생각보다 잘 따라갔기에 이번에도 괜찮겠지 싶었다.
‘비참한 시간은 끝이다… 내가 다 정복해주겠다.’
비장한 마음으로 폴 옆에 섰다.
강사님이 시범을 보여주었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냥 오른팔로 몸을 당기고 왼팔로 바꿔 끼면 되는 건데… 어라? 왜 안 되지? 생각보다 몸은 무겁고 팔힘은 약했다. 폴을 잡고 있는 오른쪽 다리 오금에도 통증이 느껴졌다.
강사님이 더 쉬운 버전으로 내려가 보자며 알려주셨는데, ‘어라? 이것도 안 되네?’를 네 번쯤 생각한 뒤에야 겨우 가능한 동작이 나왔다. 계속 연습하다 보니 쓰는 근육은 힘이 빠지고, 오금은 더 아파오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연습만 하다간 힘이 다 빠지겠다 싶어 잠시 쉬었다가 바로 영상을 찍기로 했다. 영상 찍기 전까지도 ‘이게 되나?’ 싶었는데, 강사님의 지도 아래 차근차근 따라 하니 됐다.
‘그렇게 안 되던 동작인데 영상 찍는다고 한 번에 된다고…?’
보여주기식 삶을 살아와서 그런 걸까. 영상으로 찍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간힘을 짜내 어떻게든 성공한 것 같다. 약간 허탈했지만 성취감이 더 컸다. 두 번째 촬영에서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동작까지 성공해서 완전 뿌듯했다.
팔힘이 부족해 보였는지, 영상 촬영이 끝난 뒤 강사님이 팔 운동을 함께 하자고 하셨다. 1kg짜리 아령이 이렇게 무거운 물건이었나. 한 동작당 15번만 하는데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집에서 운동해도 좋을 것 같다며 아령을 챙겨주셔서 결국 가방에 넣어왔다. 아령까지 넣은 가방을 들고 후들거리며 옷을 갈아입은 뒤 학원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오늘 찍은 영상을 확인했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뿌듯해서 계속 반복해서 보게 되었다.
폴댄스 학원에 다니며 근 1년간 들어야 할 칭찬은 다 듣고 있는 것 같다. 강사님이 동작 하나 할 때마다 잘했다고 칭찬해주어서, 그 덕분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 폴을 잡느라 멍들기 직전인 팔과 다리가 아팠지만, 왠지 훈장처럼 느껴졌다. 힘이 다 빠져 무거워진 몸과는 달리 마음은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