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어른의 모습에서 비롯된다. 키도 크고 목소리도 멋있고 하다못해 입는 옷도 멋져 보인다.(특히 어린 시절에 본 아버지의 양복은 정말 멋있었다.) 자세한 어른들의 사정은 나이를 먹게 되니 비로소 보이게 되었다만 여름이 오면 겨울이 그립고 겨울이 오면 여름이 그립듯 가끔은 어린아이의 시절이 그리웠던 적이 있었고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내가 만난 최초의 어른은 바로 부모님이다. 부모는 아이가 만나는 가장 최초의 '사회'고 최초라는 타이틀은 대부분 변함이 없다. 물론 나도 그렇듯이... 그런 내가 '부모님'이라는 어른과의 역사적인 상봉 이후 성인이 되어 직장을 잡고 떨어져 지내는 동안에도 어쩌면 아주 조금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분이 바로 부모님이겠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왜??"
"다~~~ 할 수 있잖아요!!"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마음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함을 느꼈을 때도 '어른'이 되고 싶다는 싹은 마음속에서 여전히 자라고 있었다.
푸르른 새내기 시절, 열아홉의 좋은음악수집가. 이때가 2010년이니 벌써 12년이 훌쩍..
고등학교 3학년에서 스무 살이 되던 친구들이 진짜 스무 살이 될 때 나는 '열아홉'인 게 아주 조금 못 미더웠다. 그래도 전혀 불편한 것은 없었다. 나는 술 마시는 것을 지금도 싫어하고 담배도 비교적 많이 늦게 시작했으니까.
남들이 스무 살일 때 여전히 열아홉에 머무르며 성인인 척할 때 제일 난감했던 것은 '19세 미만 청취 불가' 딱지가 붙어있던 음반을 살 때가 제일 난감했다.(생긴 건 성인이었지만..) 점원에게 학생증을 보여주며 "저.. 빠른(생년월일)이라서 지금 대학생이에요."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고 19금 음반을 그렇게 많이 산 것도 아닌 시절이니 지금 생각해보니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구나. 동기들이 스물한 살이 되던 해의 나는 진짜 어른이 된 것만 같아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도 주야장천 듣게 되었으며(특히 엄마에게서)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님을 의미했다.
맞아요.. 여전히 성장통을 앓고만 있죠. (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
'사람의 마음이란 어렵고도 어렵구나'
누구나 그렇듯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가끔씩 있다. '그때는 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조금은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지속적이지 않았던 관계였기에 크게 개의치 않고 사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나는 싸우지 않으려고 선을 넘지 않는 편이다. 타인도 그렇게 해주길 바라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어쩌다 보니 나 자신만의 규칙이 생겨버린 셈이다.
하지만 20대의 나는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적당한 선을 잘 몰랐고 마구잡이로 날리는 입담에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래서인지 20대 시절을 같이 보낸 사람들을 두고서 '나의 지랄 맞은 성격을 감당해 낸 사람들'이라고 지칭하곤 했다. (그래서 많이 감사한 거 알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명확히 이해가 될 때쯤, 많은 사람들 무리에서 스스로 벗어나거나 함께했던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났다. 이제는 아프지 않은 추억이 되었지만 그때는 그게 참 아프고 화나고 미안했다.
어릴 땐 알지 못했다. 그저 둘리를 혼내는 못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고길동만큼의 보살이 없다.
'이제 와서 후회한 들 어찌하리'
운전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추억에 잠기다가 등등 조금이라도 방심한 틈을 타서 지워지지 않는 후회스러운 기억들이 나를 도발을 할 때가 있다. 그냥 넘기려니 해도 강도가 참 강하게 몰려오면 어찌할 줄을 모를 때도 있다. '후회'는 참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아!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걸'
'아! 3번 말고 4번 찍을걸'
'아! 그냥 거짓말하고 넘길걸'
등의 후회는 사실 양반 수준이다. 양반 수준을 뛰어넘는 후회는 정말 민망할 정도인데 이것이 상상도 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바람에 몸서리쳤던 순간들 조차도 후회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하루를 아예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우리... 꼭 의연하게 대처하자! 후회는 빨리 다른 생각으로 전환해서 하루를 공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결국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고 성장통을 앓고 있다.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고 혼자서 끙끙 앓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을 되돌아봤을 때 '어른인 척'하는 삶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 서른이 넘었으니까 이립(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을 넘겼으니까.
글쎄요.. 어른인 척, 척, 척하다가 어느새 그 성장통이 수그러들다 보면 조금 나아져서 어른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요? 제가 이 답을 알았으면 저는 벌써 성인(聖人)이겠죠? 진정한 어른의 길을 걷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걷고 있는 중! 조금 더 어른의 모습에 가까워지려면 정말 갈길은 멀어 보인다.
좋은음악수집가가 추천하는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에 들으면 썩 괜찮을 것 같은 음악!
(지극히 좋은음악수집가의 주관을 담았습니다.)
2010년 3월, 붕가붕가 레코드에서 발표한 치즈스테레오의 마지막 음반. 이 음반을 끝으로 치즈스테레오는 새로운 소속사로 이적한다.
치즈스테레오의 음악은 심플하다. 음악이 쉽다는 것이 아니고 딱 필요한 부분만을 잘 채웠고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사운드가 있다. 그리고 이 곡은 제목처럼 '청춘'에 겪었던 성장통을 노래하고 있다. 멜로디보다 가사에 더욱 신경 쓰는 편인데 이 곡은 정말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성장하고 있음을 스스로는 자각하기가 조금은 어려운데 많은 상황 속에서 많은 에피소드를 거치다 지쳐서 자신을 되돌아볼 때, 그때쯤 자각하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그대는 정말 잘 해내고 있을 것이다.
붕가붕가레코드 소속 시절에 발표한 마지막 음반이기도 하며 이 음반을 끝으로 치즈스테레오는 슈가레코드로 이적을 하게 된다. 멤버 교체라는 위기도 있었지만 잘 극복해냈다. 언제쯤 새로운 소식을 던져줄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다 보면 좋은 음악을 또 발표해주지 않을까?
2021년 2월, 오랜 잠을 깨고 다시 나타난 Achime. 언제쯤 다시 완전체를 볼 수 있을까?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과 용서받지 못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나쁜 사람인 걸까 알 수가 없어'
여전히 나는 해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빠.", "용서받지 못하는 사람이 나빠."라고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까지도 사람마다 생각이 모두 다를 텐데 콕 집어서 말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은 숙제일 수 있겠다. 아침의 데뷔 싱글에 수록이 된 이곡은 사실 팬들이 아주 좋아하는 '숨은 명곡' 같은 존재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스트리밍을 못하게 막혀버렸고 즐겨 듣던 팬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데뷔 싱글은 현재로서는 정말 가지기 어려운 음반이기도 하고 <딱 중간>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경로는 유튜브에 누가 올린 음원뿐이었는데 그것조차 온전하지 않기 때문...
그런 팬들의 갈증을 이해했는지 아예 새로 녹음을 해서 발표를 했다. 숨어있던 많은 팬들이 다시금 환호하긴 했으나 그게 제대로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이 음반이 LP로 발매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환호와 비판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역시 가격이 문제였다.
글쎄... 아직까지는 사랑을 두고 '비극'을 논할 시기는 아닌 것 같지만 조심스레 언급 정도는 할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비극이긴 했다. 사랑이 끝이 난다는 것은 나도 그 사람도 상처로 남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성과의 사랑이 아닌 모든 영역에서 '사랑'이 없으면 숨이 막혀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부분은 언젠가 나 자신이 만든 노래에 가사로 옮기기도 했고 가사를 쓰면서 상상을 하였을 때 정말 끔찍함 그 자체이기도 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누구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 비슷한 모습의 추억은 있지만 같은 느낌은 거의 없지 않을까?
'팬들마저 외면한 음반'이라는 악평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나는 이 음반이 좋다. 사실 지금에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푸른 가슴의 그 꼬마 아이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니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음반 자체의 성적만 두고 봤을 때는 처참한 수준을 기록했던 이승환의 비운의 음반이다. 음반으로 돈을 많이 벌어다 주지 못했을 뿐 곡 자체는 굉장히 훌륭하다. 괜히 이승환이 아니다. 청량한 그의 목소리가 좋다.
정말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힘을 주는 노래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였을 때니까 그럴 수밖에... 희한하게도 요즘 가장 생각나는 노래가 바로 이곡이다. 그만큼 이제는 현실을 생각해야 할 나이가 온 것일까?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을 못 하겠다. 앞자리가 2였으면 모르겠지만 앞자리가 3인걸 어찌하리...
부모 - 학교 - 직장 은 우리가 경험하는 '사회'다.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일 텐데 소통이 아이와 부모 사이에서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장하여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제대로 된 소통이 어려울 것이다. 소통을 얼마나 잘하느냐는 곧, 얼마나 괜찮은(?) 사회에서 성장했는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소통이 어렵다고 해서 자신의 탓을 절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냥 일반적인 소통이면 모를 일이지만 사회 구성원에서의 건설적인 소통은 원래 어려운 법이다. 마음이 맞는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역시 확실하지 않은 승부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성격이 사는 데는 도움이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