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타 노노카의 데뷔 음반이자 동요 음반 <ののちゃん2さい こどもうた>
동요는 아이 동(童)과 노래 요(謠)를 합쳐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었기 때문에 따라 부르기 쉽고 밝고 명랑하다. 그래서일까 동요는 순수하고 맑은 느낌이 가득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조금씩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동요를 담은 비디오가 있었다. 그 속에 나오는 명랑한 친구들(이라고 하기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있는)이 발랄하게 율동을 하며 동요를 불러주었고 나는 그 음악에 같이 부르기도 했다. 특히 제일 기억에 남았던 동요를 굳이 꼽자면 'TV 유치원 하나 둘 셋' 비디오를 틀면 나왔던 오프닝 곡과 깡깡총 체조를 여전히 기억한다. 물론 깡깡총 체조는 노래만 기억할 뿐 몸이 기억하진 못하더라.
과거의 많은 대중음악 아티스트들도 어쩌면 동요의 중요성을 알았는지 동요 음반을 낸 사례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김창완, 김창훈, 김창익 3형제로 이루어진 록밴드 산울림은 지금까지도 불리는 <개구쟁이>, <예쁜 맘 예쁜 꿈>, <산 할아버지> 등을 만들어 냈고 정태춘과 박은옥 부부는 <윙윙윙>이라는 곡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도 아주 유명한 동요, <옹달샘>을 불렀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는 '건전가요'라는 명목으로 [음반 삽입 의무제]라는 정책으로 보통 음반의 맨 끝자락(B면 마지막 트랙)에 삽입되어 음반을 듣는 이로 하여금 흥을 깨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실상 군가를 제외하면 죄다 동요나 다름없는 곡들이 건전가요라는 이름으로 들어갔다. 부활, 시나위, 백두산 같은 헤비한 음악을 잘 듣다가 <아! 대한민국>이나 <시장에 가면>이 튀어나오는 순간 음반에서 최대치로 느꼈던 몰입이 한순간에 깨져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한다.
물론 반대로 동요(건전가요)를 직접 불러서 몰입을 유지시켜주는 아티스트도 있었는데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 만든 김현식의 3집에는 <고향의 봄>을 피아노 반주에 모든 멤버들의 하모니가 돋보이도록 편곡하여 끝맺음을 완벽하게 이루어 냈고 들국화는 1집과 2집을 모두 <우리의 소원>을 합창으로 마무리했다.
아부지께서는 종종,
"니가 어릴 때 불렀던 동요는 팝송이었다."
"제가 어릴 때 팝송을 불렀다고요?"
"그래. 맨날 ABCDEFG(ABC song) 부르고 동네방네 다녔지."
그러고 보면 나의 첫 음악도 동요였다. 가장 순수하고 때라고는 전혀 묻지 않았던 그때 그 시절은 역시 동요가 있었던 것이 한몫 했을지 모른다.
어른이라고 생각하기 싫지만 나이는 이미 서른을 넘겼으니 어쩌다 보니 어른의 위치가 되었다. 아주 어린 꼬마 아이들은 내게 "아저씨"(혹은 삼촌)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나는 익숙해졌다. 익숙해져야 맞다. 어느덧 아부지가 첫째 아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나이보다 내 나이가 더 많으니까 아저씨 나이가 되긴 했다. (헛웃음 한번)
그리고 눈물이 많아졌다. 불과 몇 주 전의 이야기다. 운전을 하면 꼭 음악을 트는데 하필이면 어린 시절 즐겨봤던 전대물 중 '빛의 전사 마스크맨'의 오프닝 곡을 듣다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주 꽉 막히는 고속도로였으니 망정이지 그 곡을 듣고 나서 동요를 듣다가 또 울었다. 가수 혜은이와 최문정, 송문영이 함께 부른 <피노키오>가 흘러나왔을 땐 정말 나의 감정이 제대로 뒤틀렸달까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얼마나 팍팍하게 살아왔으면 동요에 울음이 터졌을까... 가끔은 그렇게 울어줘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정화된다고 아부지가 말씀하셨으니까.
조카가 이제 서서히 걷기 시작했다. 옹알이도 잘하고 조금만 더 있으면 Show me the money에 나와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도 될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영상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동생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중에 동요대회가 열리면 꼭 데리고 나가봐"라고 했는데 이게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다는 것, 하지만 나의 동생은 노래를 잘하니까 아마 조카도 노래를 분명 잘할 것 같다. 아님 말고. 무라카타 노노카 어린이가 동요대회에 출전하기까지 인생의 절반을 한곡만 연습해서 출전했다고 하니 내 조카도 못할 건 없지. 물론 철없는 삼촌의 욕심일 뿐이다. 그저 삼촌처럼 팍팍하게만 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무라카타 노노카(村方乃々佳)는 2018년 5월 31일에 태어났으며 2020년 11월에 개최 한 <第35回童謡こどもの歌コンクール>(제 35회 동요 어린이 노래 콩쿠르)에 만 2세의 나이로 참가하여 은상을 수상하게 된다. 사진에 보이는 음반 <ののちゃん2さい こどもうた>는 2021년 5월 26일에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노노카의 동요대회가 유튜브에 공개된 이후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삼촌, 이모팬들이 많이 생겼다. 물론 나도 그중의 한 명이기도 하며 분명 음반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기 충분했다. 그리고 King Records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녹음 현장을 보면서 수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번에 모았고 이후 노노카의 데뷔 음반이 세상에 나왔을 때 지체 없이 해외직구로 결제를 했으나 받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두 번에 걸쳐서 결제를 해야 하는데 실수로 한 번밖에 하지 않아서 한참 잊고 있다가 메일을 보내보니 추가 요금을 내지 않아서 배송을 하지 않았던 것... 그때 도움을 준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를. 이 친구는 아마 일본 음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주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트랙리스트> -다소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목을 누르면 음악으로 연결됩니다.
1. こんにちは ののちゃんです~ごあいさつ (안녕하세요 노노짱입니다. ~ 인사말씀)
2. いぬのおまわりさん (강아지 경찰 아저씨)
3. ぞうさん (코끼리 씨)
4. とんとんとんとん ひげじいさん (통통통통 수염 아저씨)
5. おもちゃのチャチャチャ (장난감 차차차)
6. すうじのうた (숫자 노래)
7. おべんとバス (도시락 버스)
8. ねこふんじゃった (고양이를 밟았어)
9. 大きくなったらなんになろう? ~インタビュー (크면 뭐가 될까요? 인터뷰)
10. ママのおなか (엄마의 배)
11. [ボーナストラック] いぬのおまわりさん~第35回童謡こどもの歌コンクール (ライブ録音)
얼마 전 대전에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사실 출장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봐야 맞겠다. 꼭 타 지역을 가게 되면 악기사나 레코드 샵을 찾아 들리는 편인데 대전에 사는 오랜 친구를 만나서 대전에 위치한 '도넛 레코드'에 방문하였다. 새로 나온 음반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가게 입구 쪽에 놓여있는 7인치 음반들도 판매하는 제품이라고 하셔서 디깅을 하게 되었는데 7인치 음반은 대부분 일본 동요 음반이었다. 그리고 이 음반을 찾게 되었고 바로 구입하기로 결심하였다. 그저 옆에서 나의 이런 행위를 구경하는 내 친구는 그저 신기해했다.
1971년에 발매한 음반 치고는 상당히 깨끗했고 그림체도 너무 귀여워서 어찌 구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유일하게 아는 일본 동요 <いぬのおまわりさん>이 수록되어 있으니 고민하지도 않았다. 사실 노노카의 음반도 음반이지만 이 음반 덕분에 글의 아이디어가 샘 솟아난 것도 한몫했다! 역시 글의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얻어야 제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