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두 모녀의 시댁복 배틀'
서방 복 지지리도 없는 모녀.
그렇게 따지면 나는 아빠에 남편까지 ,
그냥 남자복이 없는걸로 이야기 하면 편하려나.
이혼하고 난 직후.
엄마는 나를 집에 들이지도 않았었더랬다.
애들이 우선이었던 엄마는,
둘 사이에 얘기는 관심도 없다며
애들 키우는 이서방이 최고라며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이서방 앓이를 하기 시작했다.
(전) 이서방도 이혼 후에 그렇게 엄마한테 잘 하더라니.
아니 그럴꺼면, 같이 살때 지금 하던거에 반만 하던가.
그랬으면 이혼이 좀 더 늦어졌으려나.
물론 아니었겠지만 .
아무튼 일년간,
'무슨 얘기를 해야 엄마의 화가 누그러 지려나'부터 시작해서
'어차피 무슨 얘기를 해도 이해받기는 그른것 같으니
그냥 나나 알아서 살자' 까지,
'그냥 애들 잘 보살펴 주는 엄마로 만족하자'로 마무리 했었다.
어차피 이런얘기, 저런얘기 다 해봤자
엄마 속만 시끄럽고,
어차피 계속 봐야하는 이서방 보는데
속만 들끓겠지 싶고.
나 억울한거야 세상이 알던 모르던
어차피 나혼자 살았는데 이제와 뭐 억울할것이 뭐 있겠냐 싶기도 하고.
그렇게 일년.
일년이 지난 어느날 ,
엄마가 애들이랑 넷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엄마의 의중을 알리가 없던 나는 , 몇일 밤낮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
어떤 어조로, 어디까지를 말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그날.
두부집에서 만난 엄마는
십년 내내 토하고 밥 반공기밖에 못먹고 산 딸을 위해
소화제를 한통 챙겨왔으니 걱정말고 밥을 먹으라고 했다.
'엄마, 나 이제 밥 한공기 다 먹을수 있어 '
이 한마디에 눈이 동그래진 엄마는
'그럼 어디, 우리딸 밥 한공기 다 먹는것좀 보자 '
하더니 어색하고 떨리는 손으로 반찬을 집어주더랬다.
두부맛이 무슨맛인지, 울컥울컥 목구멍으로 넘기는게 밥인지 눈물인지.
그렇게 밥을 우겨 넣고 밥 한 그릇을 다 비운뒤
엄마와 눈을 맞췄다.
엄마의 눈에서 모든 말이 느껴지는듯 했다.
그리고는 엄마의 한마디.
' 자식 버리는 엄마 없다. '
이 한마디에 엄마의 모든 의미가 다 들어있었다.
내가 아이를 키우지 않지만,
나는 어떤 자리에서든 아이들을 위한 엄마로 남을 것이고
그것을 엄마는 다시 한번 주지시킴과 동시에
본인의 마음도 말 했던 것임을.
그리고 숙소로 들어가서 각자 '이혼' 한 두 여자는
각자의 시댁의 이야기를 필두로 웃으며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수 있었다.
( 참고로 , 엄마는 본인의 시댁복을 자랑하며, 본인은 남편복은 없었어도 시댁복은 있다며
나의 부러움을 샀다. 조옿겠다. )
그렇게 이박삼일의 여정 뒤에
집에서 잔 다음날.
그보다 더 편한 잠이 없을 만큼의
꿀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