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세요

잘못된 애착관계의 표본이랄까.

by 곽루나

항상 그놈의 사랑.

그 사랑이 문제였다.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 거슬러 올라가 본다고 하면

단연 그곳.


정말 내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공주처럼 살았던 그때.


아빠의 사업이 승승장구 잘 되고

엄마의 내조가 신사임당의 호를 받을 정도로

이루어지던 그때.


워낙에도 붙임성 많고

애교가 많았던 나는


십 년을 혼자

소공녀처럼 대우받고 살았더랬다.


비 오는 날이면

엄마가 학교 앞으로

비에 젖은 양말로 걸어올세라


친구들이 장난처럼 맞고 가던

그 비 한번 맞지 못한 채로


엄마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한 번을 어김없이


학교 교문 앞에서

뽀송뽀송 마른 양말과

새 신발, 그리고 수건을 들고

나를 기다리곤 했다.


집이 부유했던 나는

그때 당시 어느 집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광파 오븐과 거대한 전축이 있었고,


피자가 유행하기도 전에,

엄마는 음식 백과 열두 권을 보고

피자를 직접 만들어 주었고


치킨을 직접 튀겨

온 동네 아이들을 다 초청하여 탄성을 자아내게 함으로써

내 어깨를 으쓱대게 만들었었더랬다.


뭐,

이런 건 너무 당연하다고 여겼었었을까.


그러던 열 살 무렵.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그날.


엄마가 나를 앉혀놓고 말을 했다.


"지은아, 지은이 동생이 생겼어, 아주 예쁜 아가일 거야."


그때 당시 내가 느꼈던 절망이란.


요즘 아이들도 동생이 생기면

이런 정도의 절망을 느낄까.


내가 생각했을 때는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던

본래의 기질과 성향덕에

그 충격이 더 했으리라.


그리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시기와 질투

그것들을 애정도와 결합시킨 것이.


마침,

내 동생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를 애지간히 고생시켰고,


태어난 이후로도

온갖 질병에 엄마의 애간장과 모든 신경을

뺏어가 버렸었다.


아이큐 160이 넘는 천재였다.


머리가 좋으면

까칠하고 예민하고 그렇다더니.


아파서 예민했기 때문에 천재가 된 건지

천재였기 때문에 아프고 예민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엄마의 모든 관심을 가져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교육과 엄마가 가지고 있었던

엄마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천재에 대한 목마름을 그대로 가지고 태어난.


물론,


아빠와의 궁합은

너무도 좋지 못하여,


아빠 사업이 기울 때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빠의 온갖 미움과 시기를 가져


그 누구보다 안쓰러운

'아빠 없는 아이'로 자란 비운의 아이지만.

- 내가 봤을 때는 그마저도 너무나 부러운 아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모두 다 나를 사랑해야 하는 병'

에 걸린 건.


나를 사랑해야

그걸 내가 인정하고 느껴야

내 자신이 살아 있는것 같은 그 느낌.


다른 사람에 의해

매순간 나를 판단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무조건적인 인정 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 얼마나

피곤하고도 끔찍한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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