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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오리 Apr 08. 2021

시공간을 넘어 복원해 낸 백석의 생애

서평 <백석평전> 안도현 지음 (다산책방, 2014)

한동안 이념의 장벽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못했던 작가들이 있다. 분단 이후 북에 남거나 월북한 문인들의 작품은 한동안 금기시되어 왔는데 1980년대 이후에야 겨우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명이 백석(1912-1996)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자주 실리는 그의 시는 토속적인 방언을 구사해 향토성을 살리면서도 이미지와 스타일을 중시한 모더니즘적인 사조를 견지했다. ‘시인들의 시인’이기도 한 백석은 당대는 물론 후대의 많은 시인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백석 문학의 수혜자 중 한 명인 안도현 시인은 <백석 평전>(다산북스,2014)을 통해 역사의 한복판을 살아낸 시인의 생애를 복원해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안도현은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외롭고 높고 쓸쓸한>, 동화<연어> 등을 발표했으며, 전통적 서정시에 뿌리를 두고 민족과 사회의 현실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그려내는 시인으로 평가받는다.1) 그는 스무 살에 처음 백석의 시 ‘모닥불’을 읽게 되면서 깊은 영향을 받게 되고 이후 백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나타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백석의 시와 같은 제목의 <모닥불>과 시 「흰 바람벽이 있어」의 싯구 ‘외롭고 높고 쓸쓸한’을 자신의 시집의 제목으로 삼기도 한다. 


지은이는 백석을 존경하고 그에게 빚이 있다고까지 서문에 밝히지만 객관적인 시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출판사에서는 처음에 소설에 가까운 책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준비하다 보니, 백석에 관해 잘못 알려진 게 많았어요. 우선은 백석 생애에 관한 표준이 필요할 것 같았어요. 이 책을 바탕으로 소설이든 동화든 나오면 좋겠네요.”2) 안도현은 백석의 생애를 촘촘하게 복원시키는 동시에 오류의 확대 재생산을 경계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한다. 백석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관련 인물과의 인터뷰등 저자의 집요한 탐색은 백석의 일본 유학시절과 경성 생활은 물론, 북에서 보낸 시절의 대목에서도 나타난다. 북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어떻게 정치적인 숙청을 당하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하며 안도현은 그동안 공백으로 남았던 백석의 시간을 재구성한다. 남쪽에서 지냈던 시간에 비해 빈곤할 수밖에 없는 자료로 인해 집필에 난항을 겪었으리라 예상되지만 ‘실증적 자료도 거의 없고 증언해줄 사람도 모두 세상을 떠난 적막한 환경 속에서’(p.451) 작가는 최대한 그의 발자취를 따라 백석의 전 생애를 구축해낸다.


백석의 생애와 일화뿐 아니라 중요한 시기의 고비고비에 창작된 그의 시 작품에 대한 언급 또한 평전을 풍부하게 해 주는 요소다. 유일하게 출판된 시집인 <사슴>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그에 대한 언급은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입체적인 정보로 그 시대에서의 백석의 위치를 가늠하게 해 준다. 백석이 북에서 남긴 시와 산문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체제 찬양적 내용과 격문같은 형식으로 정치도구화 되어버린 백석의 작품을 통해 그 발자취를 온전히 더듬어감으로 그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안도현은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백석의 말년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한다. 


1962년을 마지막으로 1996년 양강도 삼수군에서 세상을 마감하기까지 백석의 자취는 남아있지 않다. 시공간의 단절과 그로인한 자료의 부족은 어쩔 수 없는 빈자리로 남았지만 작가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최대한의 복원을 해 냈고, 한 사람의 시인이 어떻게 격동의 세상을 살아냈는지 펼쳐냈다. 안도현의 <백석 평전>은 백석이 낯선 독자라도 시인의 생애와 함께 그의 예술적 성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인도할 것이다. 




1) 네이버 한국현대문학대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3599&cid=41708&categoryId=41737

2) 채널예스 ‘만나고 싶었어요’ 20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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