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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오리 Jun 20. 2021

문학적 지향점이 삶에서 구현되다

서평 <샐린저 평전> 케니스 슬라웬스키 지음 (민음사, 2014)

민음사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세계문학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출판되었는데 같은 시리즈의 다른 타이틀과 달리 표지에 그림이나 사진 등의 이미지가 없다. 뒷면에도 설명이나 작가 약력, 사진 등의 정보가 전무하다. 강한 자의식과 작가적 자존심으로 유명했던 소설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1919~ 2010)는 작품 자체만으로 독자와 소통하기를 원했기에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표지를 고집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정보를 노출하기 꺼렸던 샐린저는 그런 이유로 유명세에 비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2010년 샐린저 사후,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J.D. 샐린저 아카이브 ‘DeadCaulfields.com’의 운영자인 케네스 슬라웬스키는 <샐린저 평전(J.D. Salinger : A Life Raised High)>(민음사, 2014)을 통해 베일에 싸인 은둔자의 모든 것을 공개했다.


성공한 유대인 사업가인 아버지와 자신을 각별히 아껴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샐린저는 부유한 상위계층의 거주지로 유명한 뉴욕의 파크 애비뉴에서 자랐다. 성적 부진으로 퇴학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컬럼비아 대학교 문예창작 수업에서 휘트 버넷을 만나며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세계 제2차 대전에 정보장교로 참전한 그에게 전쟁은 큰 흔적을 남기고 이후 샐린저의 작품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이후 은둔 속에 감추어진 삶을 살게 된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많은 독자들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미국 문화의 흐름을 바꿨고, 세대를 초월한 시대정신을 규정했다.’(p.294) 기성세대의 위선과 탐욕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영원한 청춘의 상징이 되었고, 작가 샐린저는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샐린저 평전>의 저자 케니스 슬라웬스키는 샐린저의 사생활과 작품세계를 날실과 씨실로 촘촘하게 엮어낸다. 샐린저의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각각의 의미를 밝히고 그가 겪은 사상의 궤적을 따라 독자를 인도한다. 저자는 다양하고 광대한 분량의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인간 샐린저를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작품에 대한 소개와 균형 잡힌 분석은 샐린저의 작품을 미처 읽지 못한 독자들도 그 함의와 문학사적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친절하고 자세하다. 


‘그는 잘난 사람들이 가득 모인 밤, 그렇게 많은 눈들 앞에서, 자신이 글쓰기를 통해 비난했던 그런 일들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 본인이 ‘가짜’가 될 것 같았다.’(p.499) 저자는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둔 샐린저가 그 명성을 누리길 거부한 이유를 탐색한다. ‘소설 속 인물들이 그려내는 감정적이고 정신적인 태도에서 자신과의 일체감을 드러내’(p.271) 기를 원했던 샐린저는 홀든이 비판했던 바로 그 세계에 편입한다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샐린저의 내면에까지 다다른 슬라웬스키의 시선은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다른 샐린저 관련 책들과 구별된다. 그의 통찰을 통해 독자는 작가의 문학적 지향점과 삶에 있어서의 일관성이 샐린저를 통해 어떤 식으로 구현되는지 볼 수 있다. 홀든 콜필드를 통해 위선과 허위로 가득한 사회를 비판하고 순수함을 갈구했던 샐린저는 결국 동양철학과 종교적 영감, 신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며 은둔자의 길을 걷는다.


‘우리는 J.D. 샐린저의 삶에 담긴 슬픔과 불완전함, 그가 작품을 통해 전하려 했던 메시지를 모두 살펴봄으로써 자신의 인생, 자신이 맺은 인간관계, 자신이 맺은 인간관계, 자신이 지닌 진실의 무게를 다시 검토하게 될 것이다.’(p.575) 케네스 슬라웬스키는 샐린저의 작품을 독자에게 인도한다. <호밀밭…>이 발표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홀든 콜필드로 대표되는 ‘영원한 청춘의 상징’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를 갖는다.



http://minumsa.minumsa.com/book/1716/ 민음사 홈페이지 편집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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