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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오리 Mar 16. 2022

글쓰기로 통하는 배움의 세계

서평 <공부가 되는 글쓰기> 윌리엄 진서 (유유, 2017)

글쓰기에 대한 책을 검색해보면 끝도 없이 계속 되는 리스트를 만나게 될 정도로 많은 수의 관련 서적이 있다. 이런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도 많아 서점 인문코너에는 글쓰기 서적이 빠지지 않고 자리를 차지할 정도다. 수많은 글쓰기 관련 서적 중 1976년 미국에서 초판이 나온 후 30회의 개정판을 거치며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 <On Writing Well>(번역서: <글쓰기 생각쓰기>(돌베개, 2007))은 글쓰기의 기본을 다룬 전 세계적인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윌리엄 진서(1922-2015)는 글을 쓰려는 이들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장식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글에서 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버리라고 충고한다. 이런 교수법이 그대로 담긴 그의 또 다른 책 <공부가 되는 글쓰기>(유유, 2017)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가 어떻게 그 학문의 이해로 이끄는 지를 보여준다.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이기도 한 윌리엄 진서는 1985년의 어느 날 미네소타 주 세인트피터의 작은 문과대학 구스타브아돌프 대학교의 교수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국어과목에만 제한되었던 글쓰기 교육을 모든 과목에서 필수적으로 다루는 ‘범교과적 글쓰기’에 대한 소식이었다. ‘글쓰기는 일종의 논리훈련이며 언어는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고안된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p.44)고 생각해왔던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전공-자연과학에서 간호학에 이르기까지-을 수학하는 이 프로그램을 따라가 보기로 마음먹는다. 국어교사가 가르치는 글쓰기를 벗어나 사고를 명료하게 정리하고 조직하는 수단으로서의 글쓰기에 집중한다.


저자의 경험과 프로젝트에 참가한 교수들이 추천한 각 분야의 뛰어난 글쓰기 사례를 모아 그 자체로도 흥미진진한 배움의 여정을 만들어냈다. 예일대 음악 전공의 윌리 러프 교수와 함께 한 산마르코 대성당의 연주를 통해 글쓰기의 세공작업을 설명하기도 하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의 인용으로 명료하면서도 논리적 질서에 따른 글쓰기의 표본을 제시하기도 한다. <곤충기>로 잘 알려진 파브르의 글에서는 열정과 개성, 유머와 온기를,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로 논픽션 글쓰기의 지향 점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친절하고 사려 깊은 인도로 독자는 다종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글쓰기 지도자의 특별 과외교습을 받는 듯한 호사를 누리게 된다.


‘모든 글쓰기는 사유의 한 형태’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범교과적 글쓰기’는 ‘단순히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학생을 쓰도록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배우기를 겁내는 학생을 배우게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다.’(p.13) 수학에서도 글쓰기를 통해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필라델피아 저먼타운 프렌즈스쿨의 수학과 수석교사 ‘조앤 컨트리먼’의 에피소드는 계산에 소질이 있는 아이 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문제해결에 동참할 수 있다는 예시를 보여준다. ‘글쓰기는 당신이 실제로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만약 당신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당신의 지식이나 추론과정 어디에 허점이 있는지 알려 줄 것이다’(p.379) 수학 뿐 아니라 무엇이든 ‘공부한다’는 것은 전혀 몰랐던 어떤 분야에 대한 명확한 이해의 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를 양산하는 한국 학교에서도 꼭 한번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은 방법론적인, ‘How to~’계열의 책이라기보다는 글쓰기라는 세계에 대한 개요서에 가깝다. 왜 글쓰기가 필요한지, 공부가 되게 만드는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 생각을 명료하게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해 준다. 영어권 저자의 저서이기 때문에 글 속에 등장하는 예시 글이 대부분 영어 원전이라 번역의 과정에서 소실되었을 수도 있는 디테일은 아쉽다. 번역된 책 또는 기사가 없어 전문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또 하나의 아쉬움이다. 하지만 글쓰기 교육에 대한 저자의 열정어린 인도는 이런 아쉬움을 하찮게 만들 정도로 독자를 글쓰기의 세계로 몰입하게 만든다. 교육의 일선에 있는 많은 교사들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배움의 여정에 있는 학우(學友)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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