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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May 20. 2024

자유로운 연주

Chapter. 05 자유로운 연주

자유로운 연주는 없습니다.


자유롭게 연주하는 드러머들을 보셨을 거예요. 그 사람들의 연주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제 그들은 고정된 연습을 통해 현재 자신의 몸에 익은 플레이들을 하는 거랍니다. 고정된 연습은 무엇일까요? 이를테면 우리가 이 교재에서 다룬 엑센트 스트로크, 발 훈련, 하이헷 훈련이 그 예입니다. 왼발, 왼손, 오른발은 고정된 상태에서 오른손인 하이헷을 변형하는 연습, 마찬가지로 나머지 셋은 고정해두고 오른발(킥)만 바꾸는 연습. 더 나아가 두 손을 고정하고 두 발을 변주하든, 두 발을 고정하고 두 손을 변주 할 수 있습니다. 즉, 자유로운 연주는 자유로운 연습을 해서가 아니라 고정된 연습에서 시작된 겁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여러분이 지금 알고 있는 ‘쿵치따치’도 오른손만 탐으로 이동시키면 솔로가 된답니다(난타 강의 30p 참조).


자유로운 연주는 어떤 연습을 했느냐, 그 연습이 지금 몸에 얼마나 배어 있느냐로 볼 수 있어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들이 많지 않다면 먼저 그 부분을 연습해주세 요. 하나의 개념을 패턴화하는 연습만 하지 말고 드럼 위에서 놀아 보세요. 가령, 싱글 스트로크(RLRL)를 패드나 스네어 혹은 하나의 탐탐에서만 연습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다양한 부위를 쳐 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삐걱거리고 뭘 하는 건가 싶을 거예요. 그렇게 연습하다가 소리를 ‘덩어리’로 만들어 보세요. 학교종이 땡땡땡과 같은 동요를 연상하면서 연습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자유로운 연주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무래도 드럼 솔로이겠죠?


드럼 솔로를 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송폼을 짜고, 템포는 어떻게 할지, 어느 마디에 무엇을 넣을지 여러기법들이 있습니다. 저는 솔로 플레이를 할 때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송폼, 템포 따위는 없어요. 이미지를 떠 올리면 그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예의 바르고 착한 모습으로 단장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섰던 (강요 받았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단정한 머리, 흐트러지지 않은 옷, 희고 반짝이는 신발.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는 스스로의 모습에 짜증이 났습니다. 고기를 자르던 가위를 들고 와 혼자 머리를 잘랐어요. 바닥에는 잘린 머리카락이 있었고 부모님께 잔뜩 혼이 났습니다. 친구들은 염색도 하고 머리도 기르는데 자신은 왜 항상 머리를 짧게 자르는지, 옷은 불편하 게 혁대와 맬빵으로 되어있는지 그때 그 불편함을 처음 알게 된 것이죠. 그 친구가 거울 앞에서 스스로 머리를 잘랐던 건 해방이나 다름 없습니다.


짧은 머리'라는 이미지는 단순히 짧은 머리가 아니라 짧은 머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잖아요? 연주곡, 팝송, 일본 노래를 듣는 이유 중에 하나는 가사에 구애받지 않고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사를 모르기에 멜로디를 느낄 수 있고 그 멜로디로 인해 떠오르는 이미지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사가 있는 노래도 좋아요. 가사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노래 듣다가 울기도 웃기도 해 본 경험이 하나씩은 있잖아요. 그런 거예요.


드럼 솔로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이 가진 테크닉으로 노래에 맞춰 이미지를 떠올리는 연주입니다. 바다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혼자 갔던 바다와 소중한 사람과 간 바다는 다른 이미 지이잖아요? 심지어 그 사람과 간 바다는 또 다른 추억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제 그건 누구나가 떠올리는 바다가 아니라 특별한 ‘바다’가 됩니다.


드럼 솔로를 하고 싶은 분들, 먼저 기술들을 연습하세요. 그 기술들을 연습하면서 중간중간 본인이 가장 소중했던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그 경험을 떠올리며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테크닉들로 표현해보세요. 박자고 템포고 틀리면 어때요. 떠오른 추억이 행복했던 순간이라면 그걸 더 선명하게 만들어 보세요. 기억하려 애써보세요. 남들이 정한 템포, 남들이 판단하는 박자, 음악 이론에 맞는 음표와 쉼표를 떠올리지 마세요. 오롯이 소중했던 추억을 더듬어 보세요. 솔로일수록 드럼 솔로를 잘한다는 건 빈말이 아니에요. 혼자인 사람이든 연습실에 혼자 있든 상관없습니다. 혼자 있으면 함께 했던 시간들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질 겁니다.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내용(드럼을 배우러 가면 혹은 드럼 영상을 찾아볼 때 공통적으로 많이 다루는 테크닉)을 익히고, 그 익힌 내용으로 드럼 위에서 놀아 보세요.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면 그때, 메트로놈 위에 혹은 노래 위에 올려 보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또 부족한 내용이 있다 싶으면 자료를 더 찾아 공부하고 연습하면 되는 것이고요.


Chapter05. 자유로운 연주에 대하여 THE SOLO "준비"

https://youtu.be/aKfMjBemu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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