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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Feb 15. 2020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인간의 생각

나와 인간에 대해 깊게 알 수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나는 한 분야에서 최고 레벨에 있는 어마어마한 학자가 떠오른다. 그런데 자신의 주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았다면 어떨까? 대니얼 카너먼은 아모스 트버스키라는 심리학자와 함께 전망이론과 인간의 편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행동경제학이라는 경제학의 새로운 분야를 창시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기존 경제학에서의 가정은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이다. 그래서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따져보고 판단하는 것을 기초로 경제학이 발전해 왔다. 하지만 실제 인간은 편향 덩어리와 같이 때때로 비합리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한다. 게다가 이런 판단을 한 본인도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할 경우도 많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대니얼 카너먼이 대중을 위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인간이 왜 편향될 수 밖에 없는지, 어떤 판단 실수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


<생각의 관한 생각>의 영문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이다. 이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에 대해서 아주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제목이다. 시스템 1은 직관, 감정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바른 마음>에서의 표현은 코끼리이다. 시스템 2는 이성으로 불리며, 코끼리 위에 타고 있는 기수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바른 마음>의 표현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정신)은 거대한 코끼리와 그 위의 기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각의 원천은 코끼리이고 기수는 코끼리에게 방향을 제시해주지만 코끼리의 의지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없다. 그래서 감정이라는 코끼리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도 마찬가지로 시스템 1은 빠르고 직관적인 판단을 하지만 속도를 위해 정확성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성적이고 통계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시스템 2를 의도적으로 작동시켜 판단해봐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스템 2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의지력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게으른 면이 있다. 그래서 시스템 2가 필요한 상황을 구분하고 의도적으로 작동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스템 1, 2에 의한 여러가지 편향


시스템 1과 2의 역할과 능력의 차이 때문에 생존과 판단에 유리한 경우도 많지만 그로 인해 편향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특히 이런 문제점은 시스템 1에 의해 발생하는데, 시스템 2의 게으른 면 때문에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발생한다. 시스템 2가 제대로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올바르지 않은 판단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편향 중에는 '사후 판단 편향'이 있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를 <블랙 스완>이라는 책에서 예언했던 나심 탈레브는 '서사 오류'라는 개념을 통해 일어난 몇 가지 사건에 주목하고 과도하게 몰입하는 탓에 전체를 잘못 해석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과거를 회상할 때 자신의 생각을 바꿔치기해서, 마치 그 당시에 내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사후 판단 편향이 발생하는 것이다. "내 그럴 줄 알았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020년 1~2월에 이렇게 크게 발생할지 누가 알았을까? 어떤 주식이 언제 얼마나 오를지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대부분은 운의 영역이 매우 큰데, 발생하고 나서는 마치 자신이 예측을 했었다고 잘못 생각하게 된다. A라는 단서가 그제서야 보이고, B라는 단서와 합쳐져서 당연히 발생하는 것 처럼 착각한다.



진짜 '나'는 누구인가?


혹시 진짜 '나'는 누구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인지 아니면 과거의 기억들이 모여있는 '나'인지 잘 모르겠다. <생각의 관한 생각>에서 저자는 현재를 살고 있는 나를 "경험하는 자아", 과거의 기억들이 모여 있는 나를 "기억하는 자아"라고 부른다. 그리고 둘 중 어떤 것이 진짜 '나'에 가까운지, 어떤 자아가 더 영향력이 강한지 확인하고 알려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진짜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행복심리학의 대가의 생각을 알려준다.


우리가 어떤 경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는 특이하게도 그 경험의 지속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대신 그 경험이 절정일 때의 느낌과 경험의 끝일 때의 느낌만으로 평가를 한다. 이를 <절정과 종점 원칙>, 그리고 <지속 시간 무시>라고 한다. 이 두 원칙을 통해 기억하는 자아의 영향성이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우리의 경험은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회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현재에 충실한 경험하는 자아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열심히 찍는 이유도 기억하는 자아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는 자아에만 충실하게 되면 순간의 절정을 극대화하려는 충동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주목 오류'라는 편향에 빠지게 되고, 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자극이 약한 중요한 일에는 소홀히 하면서 강렬하고 짧은 충동적 자극만 찾게되는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편향과 생각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단지 편향이 나쁘니까 알아야 하는 걸까? 편향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 "후광 효과"에서 나타나듯이 첫 인상이 데이트나 회의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비행기 사고나 테러에 의한 사건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 확률이 매우 낮은데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자주 일어난다고 착각한다. 손해를 보는 경우에는 100% 이지만 적은 손해보다는 90%의 확률로 큰 손해를 보는 대신 10%의 확률로 손해를 안 보는 도박을 덥석 문다. 하지만 실제로 정확하게 따져보기 시작하면 어떤 선택이 나에게 더 유리하고 더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편향과 생각에 대해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저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이 책을 쓴 이유로 정수기 앞에서 잡담하는 모습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정수기 앞에서 남의 일에 대해 수근거리며 잡담하면서 상대방이 내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판단한다. 이 때 더 지적으로 수근대기를 바라는데, 그 이유는 편향이라는 체계적 오류의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서 편향에 빠지기 쉬운 상황을 더 빠르게 파악하고 재빨리 시스템 2를 가동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하고 풍부한 어휘는 건설적 비판 기술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게 저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의 관한 생각>을 쓴 동기이다.



1권으로 인간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다.


심리학에 관한 책이고 본문 내용만 612페이지, 저자의 핵심 논문인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 어림짐작과 편향>, <선택, 가치, 틀짜기> 까지 하면 669페이지인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이다. 하지만 한번쯤은 이 벽돌책을 돌파해볼 가치가 있는 이유는 많은 인간의 행동과 생각에 관한 책들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시스템 2의 인지능력 한계 내용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와 연결된다. 기억하는 자아의 절정과 종점 원칙을 이용해서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방법이 칩 히스, 댄 히스 형제의 책인 <순간의 힘>의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시스템 1과 시스템 2라는 개념은 <바른 마음>의 도덕적 직관과 도덕적 추론의 개념과 연결된다.


이 책을 읽고 처음부터 중요한 부분을 필사했다. 하지만 그래도 모자란 기분이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재독하면서 전체적인 내용을 다시 구상하고 나만의 언어로 만든 다음 완전히 체득하고 싶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탐구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대방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참고 :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대니얼 카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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