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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Feb 19. 2020

처음으로 상위고과를 받다.

첫 평가를 받고 느낀점

혹시 시간 좀 있어? 잠깐 면담좀 하자.


우리 회사에서는 지금이 상, 하반기 평가가 끝나고 연봉등급이 나오는 시즌이다. 원칙이 모든 사람과 1대 1 면담이기 때문에 보통이라면 크게 기대하지 않았겠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상, 하반기 평가 때 생각보다 좋은 점수를 받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위고과라는 결과를 받았다. 


지금 직장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3년차가 된 시점에 처음으로 상위고과를 받았다. 입사를 6월에 해서 1년 차때와 2년차 초반에는 평가 대상이 아니었고, 18년 후반기부터 포함이 되어서 그때까지는 일반고과를 받았다. 진짜 평가는 19년부터였는데, 19년 상, 하반기 모두 잘 받았고 전체 연봉등급에서 상위 25% 이내에 들어간 것이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사원과 대리가 한 직급으로 묶여 있어서 대리급과 사원급이 같은 기준에서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상위고과를 받았다는 것이 너무 기분이 좋았다.



잘 했지만...과연?

2019년을 돌아보면 그래도 뭔가 많이 한 것 같다. 다른 부서였다면 5~7년차가 맡는 쉬프트 리더를 입사 만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은 내가 하게 되었다. 당장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데 밑에 2명이나 후배를 두고 한개의 쉬프트 조를 운영했다. 그러면서 개인 업무로 KPI 관리와 설비 지표 현황 파악도 했고 이 중 한 업무를 자동화하여 매일 자동으로 그래프를 그려 메일링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분석 업무에도 관심이 생겨 이것 저것 하다보니 분석쪽으로 특화된 것 같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상위고과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스스로는 의문이었다. 진짜 내가 상위고과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작년 9월에 결혼을 하기 전까지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었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도 많고 계획과 다른 부모님의 간섭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게다가 같은 조에 있던 후배가 올해 3월에 퇴사를 한다. 중간에 다른 큰 업무 때문에 과장님 부사수로 3개월정도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때 리더로서 관심을 가지고 고충을 들어주고 조율을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지금 나 자신도 설비엔지니어에 대한 자부심이 없고 자꾸 다른 업무쪽으로 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운과 일 사이의 관계

<일취월장>이라는 책은 일을 잘 하기 위한 8가지 원리를 설명해준 책이다. 특이하게도 맨 처음은 "운"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운이 중요한지 알 수 없었다. 사업에 관한 이야기라면 변수가 너무 많고 시장을 예측할 수 없느니까 그렇지라고 이해했겠지만, 일반 직장인에게는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으면서 모든 일에 운이 작용하고, 운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나를 과신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균 회귀"라는 현상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반복 횟수가 증가할수록 모든 것은 평균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주사위에서 '1'이라는 숫자가 나올 확률은 1/6이다. 하지만 실제로 몇 번 던져보면 모두 1이 나오는 경우도 의외로 많고, 1/6의 확률보다 더 많이 '1'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주사위를 100번, 1,000번 던지다 보면 점점 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확률인 1/6에 가까워진다. 이런 현상이 주사위 같은 일반 확률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서 나타난다.



이번에는 행운이 찾아 왔다.

이번에 상위고과를 받은 것은 운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낸 것이 반영이 되었다고 해도 여러 상황에 맞물려서 상위고과를 받지 못할 경우도 많다. 나보다 더 열심히 하고 성과도 많이 낸 사람들이 유독 많을 수도 있고, 평가자들이 보기에 내가 더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조직문화가 너무 경직되어 있어서 진급을 앞둔 선배에게 몰아주기 위해 내가 밀려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많은 경우의 수를 뚫고 내가 상위고과를 받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운의 영향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자만하지 말고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할 것이다. '내가 그래도 열심히 했고 성과도 이렇게 냈는데 이정도는 당연하지'라는 생각을 완전히 지울 생각이다. 평가자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열심히 하고 성과도 내려는 모습을 잘 봐준 것이라고 여기고 더 잘 해야 한다.



핵심은 "평균"이다.

그렇다고 운에만 맞길 순 없다. "평균 회귀"의 핵심은 평균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지만, 평균 자체가 높다면 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느껴진다. 운이 좋아서 긍정적 결과를 일시적으로 받아도 평균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운이 나빠서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받아도 결국은 평균으로 돌아간다. 직장인에게 평균이란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을 부지런이 늘려서 평균을 높여 놓으면, 악운이 찾아와 일시적으로 좋지 않더라도 다시 내 실력만큼의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잘 됐을 때 자만하지 말고, 안 됐을 때 너무 우울해 있지 않을 것이다. 실력을 키워서 평균을 높여 놓고 동시에 행운을 잡기 위한 노력, 불운을 피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내 실력 자체를 향상시켜 평균을 높이자.




참고 :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대니얼 카너먼

          <일취월장>, 로크미디어, 고영성 · 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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