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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Feb 23. 2020

여행 가서 마음 놓고 사진 찍으세요

여행의 단짝은 아무래도 사진이지 않을까? 먹방, 풍경, 휴식도 좋지만 아무래도 사진이 빠지면 섭섭하다. 이국적인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 포토 스팟에서의 셀카 등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사진이다. 어쩌다 보면 여행을 온 것이 사진 찍으려고 온 건가 싶을 정도로 열심히 찍는다. 용량이 다 차서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정리해야 될 때면 왠지 그때의 추억도 같이 지워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


나도 작년 9월 몰디브, 올해 1월 방콕 여행을 하면서 꽤 많은 사진을 찍었다. 평소에는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아서 카메라 어플이 어디에 있는지도 헤깔리지만, 두 번의 여행을 통해 핸드폰 사진 중 50% 이상을 채웠다.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서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고 좋았던 감정들이 다시 올라온다.


방콕 여행 중 제일 인상깊었던 립!!


그러던 중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순간을 더 즐길 수 있었는데 사진을 찍느라,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집중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내 눈으로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담아야 하는데 카메라 액정만 보고 있지 않았나?라는 고민이다.



나를 구성하는 2가지 자아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에서는 우리의 자아를 2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경험하는 자아로 '현재의 나' 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하는 자아로 '과거를 회상할 때의 나' 이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할 때는 기억하는 자아가 발동한다.


예를 들면 A와 B라는 사람이 찬물에 손 넣기 실험을 한다. 실험 방법은 섭씨 14도의 물에 손을 넣고 그때의 고통을 꾸준히 기록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빼는 것이다. 이때 달라지는 것은 실험 지속 시간과 지속시간이 지난 후이다. A는 60초 동안 손을 담그고 있다가 빼지만, B는 처음 60초는 A와 같지만 그 후 추가로 30초 동안 약 섭씨 15도의 물에 더 손을 담그고 있는다. 추가로 30초를 더 견뎌야 하지만 아주 살짝 덜 고통스러운 것이다.


A와 B를 비교했을 때 누가 더 고통스럽다고 느낄까? 아무래도 B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30초 동안 더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실험결과는 놀랍게도 A가 더 고통스럽다고 느낀다. 기억하는 자아의 특징인 "절정-종점의 원칙"과 "지속 시간 무시"에 의해서 B는 추가 30초라는 지속시간이 무시되면서 마지막에 덜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A에 비해 B가 덜 고통스럽다고 느낀 것이다.


회고 평가는 지속 시간과 무관하고, 다른 순간보다도 정점과 종점의 두 순간에 무게를 둔다.

- <생각에 관한 생각> 556페이지 -



기억하는 자아에 의해 평가되는 여행 기억


이렇게 기억하는 자아가 우리 기억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여행과 휴가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실제로 우리는 여행의 목표를 세울 때 최대한 '기억에 남을만한' 휴가를 목표로 한다. 이 때 기억에 남을 만한이라는 단어에는 휴가에서 최고로 좋을 부분을 뜻한다. 절정-종점의 원칙 중 절정을 찾는 것이다.


휴가 여행을 평가할 때 오래 남을 것 같은 기억과 이야기를 기준 삼는 때가 많다. '기억에 남을'이라는 말은 흔히 휴가에서 절정이었던 부분, 그러니까 휴가 목표를 명확히 드러낸 부분을 묘사할 때 쓰인다.

- <생각에 관한 생각> 568 페이지 -


게다가 휴가가 3일일 때 보다 6일일 때 더 좋은 휴가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실제로는 마지막 날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전체 휴가의 평가가 달라진다. 휴가 기간이 길 수록 마지막 날에 더 회복이 되고 컨디션이 좋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유일한 이유는 마지막 순간의 질이 총 지속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하는 사람은 여섯 시간보다 24시간의 노동 뒤에 더 지치고 무력해지고, 휴가를 즐기는 사람은 3일보다 6일을 더 쉰 뒤에 더 기운이 난다. 이런 상황을 직관적으로 평가할 때 관건은 지금 체험하는 상황이 점진적으로 악화 또는 개선되느냐,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어떤 기분이냐다.

- <생각에 관한 생각> 568 페이지 -



기억하는 자아에만 집중하는 놓치는 것


하지만 기억하는 자아에만 집중하면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흔히 여행지에서 사진만 찍는 사람들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 너의 눈 앞에 있지 카메라 액정 안에 있지 않다."라고 한다. 지금 현재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정말 중요하다. 


기억하는 자아와 경험하는 자아는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 <생각에 관한 생각> 599 페이지 -



이제는 마음 놓고 찍는다.


2월에 내 생일도 있어서 아내와 함께 국내로 1박 2일 여행을 가려고 했었다. 하필 이럴 때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연차를 쓰고도 집안에만 있었다. 하지만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으면서 한번의 여행 만큼 소중한 지식을 얻었다.


원래 성격이 사진 찍는걸 즐기지는 않았기도 했고, 사진에 매몰 되지 말고 눈으로 진짜 느껴라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후로 뭐가 맞는지 고민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고민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눈치 보지 말고 열심히 사진 찍자. 그러는 가운데 잠깐씩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다.




참고 :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대니얼 카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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