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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Jan 24. 2021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방법

'반응' 대신 '대응'하는 힘


"오피스 나오면 다른 사람 업무도 같이 도와서 해야 되는데"



뭐지? 싶었다. 최근에 조직 개편과 업무 재분배를 하면서 과장님이 메신저를 보냈다. 오피스로 나오면 진행할 아이템과 그 기한은 언제까지인지 물어보았다. 그래서 생각한 개선 아이템과 예상 기한을 말씀드렸더니 위와 같은 답변이 왔다. 과장님이 메신저를 보낸 의도가 궁금해졌고, 과장님이 '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쌓여왔던 섭섭한 마음이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트레스에 '반응'할 것 같았다.


과장님한테 섭섭한 점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3개 조로 나누어 교대근무를 하는 사람과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작년 이맘때 나를 조장에서 조원으로 내렸다. 내 밑에 후배가 퇴사하고 선배가 들어오니 그렇구나 했다. 교대 조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일 때 나 대신 후배를 오피스로 뺐다. 선배가 들어오면서 교대 조장이 아니게 됐는데 후배는 그대로 다른 조의 조장이라 2명으로 줄이면서 조장들을 뺐겠구나 했다. 이번에 상위고과를 못 받았다. 상위 고과 받은 사람은 보안 사고도 있었고 구성원들과 문제도 있는데 나는 왜 못 받았을까? 작년에 딱히 내세울만한 아이템이 없었으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충격이 있었다. 과장님은 나를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내 일만 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었던 걸까? 옆 옆자리에 있는 과장님한테 그대로 들이받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폭발했다.



반응 대신 대응을 택했다.



다행히도 반응하지 않았다. '과장님이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서 나한테 물어본 걸까?'라고 생각을 한번 해봤다. 그리고 탕비실에 가서 커피 한잔을 내려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커피에 집중을 했다. 5분 정도 커피를 마시고 자리에 와서 과장님 자리에 찾아갔다.



"과장님, 아까 메신저 하신 내용이요 아이템은 아까 보내드린 대로 진행할 예정인데 혹시 어떤 것 때문에 물어보셨나요?"

"아 그거 이번에 업무 재분배하면서 오피스로 뺄 사람 생각하고 있는데 고민 중이거든. 딴 사람들한테도 똑같이 보냈는데 누구 빼야 되나 머리 아프네."



별게 아니었다. 그냥 그 문장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내 아이템이 많은데 다른 업무도 같이 해야 되니 괜찮을까 하는 배려였다. 섭섭함과 속상함으로 그대로 가서 들이받았다면 괜한 오해가 생길뻔했다. 충격이 왔을 때 반응하지 않고 대응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마음 챙김의 힘


1월부터 아침 5시에 일어나 명상과 독서를 하고 있다. 운 좋게 1월 한 달간은 교대 근무를 하지 않고 오피스로 나와있기 때문에 5시에 일어나 씻고 5분 정도 명상하고 30분가량 독서한 후 6시에 출근한다. 고요한 새벽에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면서 지금 이 순간 내 몸과 마음을 느끼려고 노력 중이다. 신입사원 연수 때 처음 마음 챙김 명상에 대해 알게 되었고 가끔 잠들기 위해 했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명상은 또 다른 느낌이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거기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잠깐이라도 기다려서 상황을 돌이켜보는 게 예전에 비해 많이 편해졌다.


1. 일단 멈춤 : 마음 챙김은 자극과 대응 사이에 멈춤의 순간을 마련한다. (중략) 하지만 일단 멈추면, 상황을 명확하게 보고 대응을 선택할 공간이 생긴다 마음 챙김은 우리에게 선택할 기회를 준다.

(중략)

 2. 목격자의 자각 상태: 일단 멈추면, 우리는 당명한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게 된다. 그러면 고차원적 정신을 이용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 <마음 챙김> 87페이지 -


우리가 멈추고 대응하는 대신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이유는 그게 예전에는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원시인들은 수풀이 갑자기 흔들렸을 때 '저게 뭘까?' 고민하며 머뭇거리는 것보다는 '일단 도망'가는 것이 살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말 그대로 생존의 위협은 줄었지만 그때의 본능은 남아 있어 스트레스가 오면 생각할 겨를이 없이 그저 튀어나오는 대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바른 마음>이나 <스위치>에서는 코끼리와 기수로 표현되는 감정과 이성은 각각 반응과 대응을 이끌어낸다. 본능적으로 감정이 이끄는 반응에서 한 발짝 물러나 이성이 이끄는 대응을 할 때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마음 챙김은 반응에 익숙해진 뇌에 대응이라는 새로운 경로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더 나은 선택을 하고 행복 기저선을 높여 전체적인 삶에서 행복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3가지 기둥 : 의도, 주의, 태도


이렇게 좋은 마음 챙김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신입사원 연수 때 들었던 내용은 편하게 앉아서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집중을 하려고 해도 어느새 딴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억지로 눌러도 또 다른 딴생각이 생겨난다. 그러다 보니 '좋다고는 하지만 굳이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고 잠이 오지 않을 때만 하는 시늉만 했다.  <마음 챙김>의 저자인 샤우나 샤피로는 3가지 기둥인 의도, 주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 의도


의도는 '마음 챙김을 하려는 이유'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의도를 설정하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당장의 반응이 아닌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준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의도를 기억하면 다시 선택할 기회가 생긴다. 애초의 목적과 다시 연결되면서 우리가 가장 아끼는 것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선택할 수 있다. (중략) 나는 의도를 기억했기에 짜증과 대응 사이에서 일단 멈출 수 있었다. 그 순간, 마음을 가라앉히고 균형 잡힌 관점에서 내가 대응하고 싶은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다.

- <마음 챙김> 97페이지 -



2. 주의


주의는 '현재에 머무르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준다. '과거에 머무르면 불행하고 미래에 매몰되면 불안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다. 마음 챙김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면서 우리를 괴롭히는 딴생각을 길들이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힘을 길러준다. 그리고 이 힘은 상황을 좀 더 명확하게 보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신이 원숭이처럼 이 생각 저 생각 옮겨 다니기 때문에 '몽키 마인드'라 부른다고 앞에서 이미 언급했다. 우리는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이미 지나간 과거를 곱씹는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현재를 놓친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유일한 순간은 현재이며, 나머지는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허구일 뿐이다. (중략) 마음 챙김은 이 몽키 마인드를 길들이는 데 도움을 준다. 현재에 집중하고 그 집중을 유지하도록 훈련하면 우리는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 <마음 챙김> 103페이지 -



3. 태도


태도는 '마음 챙김을 하는 자세'이다. 현재에 머무르고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중에는 부정적인 감정까지 포함된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고통을 회피하려고 하면 이런 습관이 강화되고 어려움을 맞닥뜨렸을 때 해결하는 대신 회피하게 된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것이 아닌 본능적으로 피하고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에 호의와 호기심을 품고 마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호의와 호기심을 품고서 고통을 (또는 두려움, 분노, 외로움, 지루함, 죄책감, 지루함, 수치심, 당혹감, 혐오감을) 마주하도록 수행하면, 우리 자신을 절친한 친구처럼 대할 수 있다. 우리는 내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협력자가 된다.

- <마음 챙김> 107페이지 -



내 손으로 행복을 만드는 방법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하고 그 선택들이 모여서 우리를 만든다. 그래서 사소해 보이는 선택이라도 신중하게 해야 된다. 하지만 감정에만 치우친 본능적인 선택은 현대 사회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멈추고 이성을 이용해서 감정이 본능적인 선택만 하지 않고 상황을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마음 챙김은 이성의 활용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마음 챙김>에서는 저자가 직접 마음 챙김을 수련하고 과학적으로 검증한 내용을 담고 있다. 3가지 기둥인 의도, 주의, 태도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관대한 자세를 보이는 자기 자비, 직접 명상을 하는 공식 수행과 일상생활에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비공식 수행, 부담감을 줄이고 조금씩 더 나아지는 5% 법칙 등 여러 내용들을 일반인들이 적용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거기에 저자의 직접 경험을 통해 찾아낸 '안녕, 사랑해' 수행 방법까지 (이 책의 원제는 Good Morning, I Love You 이다)!


책의 부제처럼 뇌를 재설계하는 자기 연민 수행을 하고 싶은 사람이나 순간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이 아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을 통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후회하지 않은 선택들을 함으로써 내 손으로 행복한 삶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참고 : <마음 챙김>, Andromedian, 샤우나 샤피로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대니얼 카너먼

          <스위치>, 웅진지식하우스, 칩 히스 / 댄 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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