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6 - 부스러기의 자격

부스러기를 받을 자격은 누구에게 있었을까

by 나그네 한

그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예루살렘 남쪽, 한 오래된 회당 앞이었다. 해는 기울고 있었고, 돌담 아래 앉은 노인은 기이하리만큼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나는 그에게 예수에 대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은 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 이야기는... 예수가 직접 한 비유였소. 내가 들었소. 그날, 많은 사람들이 예수 앞에 모여 있었지. 그는 자주 비유로 말씀하셨소. 어떤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냈고, 어떤 이야기는 듣는 이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소. 그날 들은 건... 사람들의 침묵을 남긴 이야기였소.”


나는 그가 말한 내용을 조용히 적기 시작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의 제목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 기록에 조심스레 이름을 붙였다.


‘부스러기의 자격.’


“그 사람은 부자였소. 자색 옷과 고운 베 옷을 입고, 날마다 호화로운 잔치를 벌였지. 그 집엔 대문이 있었소. 안과 밖을 나누는 높고 무거운 경계 말이오.”


노인은 고개를 돌려 옛 대문 하나를 가리켰다. 그 너머로는 이제는 낡아진 기둥과 먼지가 내려앉은 석조 마당만이 남아 있었다.

“그 사람은... 이름 없는 부자였소. 예수도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소. 다만,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아주 자세히 말씀하셨지.”


나는 그의 말에 끄덕이며 필사 지를 넘겼다. 그다음 등장한 인물은,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그의 대문 앞에 누워 있던 거지 하나. 그의 이름은... 나사로였소.


그 이름은 헬라어로 ‘하느님께서 도우신다’는 뜻이라고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노인은 이름보다 그 삶을 먼저 설명했다.


“그 사람은 병들었소. 온몸에 종기가 가득했고, 걸을 수조차 없었소. 앉아 있는 것도 아니라, 누워 있는 수준이었지. 입술은 말라 있었고, 손끝은 흙먼지를 움켜쥐고 있었소. 그가 바랐던 건, 그저... 그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였소.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노인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부스러기도, 그 사람의 몫은 아니었소. 개들이 먼저 와서, 그것을 먹었소. 그리고 남은 진물. 그들은 나사로의 상처를 핥았지.”


나는 다시 한번 펜을 멈추었다. 사람들이 지나치고, 외면하고, 피했던 그 상처를, 개들은 핥았다는 말이 내 안에 오래 머물렀다.


“부자가 그 사람을 몰랐던 건 아니오. 예수께서도 말씀하셨지. 그가 이름을 불렀다고. ‘나사로’를 알고 있었던 거요. 하지만... 이름을 안다고, 사랑하는 건 아니잖소.”


나는 노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자신의 오래전 기억을 꺼내듯, 차분히 그리고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이야기 속에서, 두 사람은 모두 죽었다.


“나사로는... 조용히 죽었소. 아무도 그를 묻지 않았고, 아무도 그를 애도하지 않았소. 그의 몸은 아마도... 바람에 쓸려간 먼지처럼 사라졌을 거요.”


나는 상상했다. 그 골목 어딘가, 나사로의 자리가 있었을 것이다. 해가 잘 들지 않는 벽돌 그림자 아래. 비가 오면 웅덩이가 생기고, 개들이 오가며 그를 지나쳤던 그곳...


“그런데 예수께서 말씀하셨소. 그가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고. 하느님께서 도우셨다는 이름대로, 결국 그는... 위로를 받게 된 거요.”


그리고 부자도 죽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향을 피우고, 노래를 불렀겠지. 그의 장례는 성대했을 것이오. 하지만 그는 ‘땅’에 묻혔소. 그리고 고통이 시작되었지.”


노인의 목소리는 그 순간 한 톤 낮아졌다.


“그 부자는 고통 속에서 눈을 들어, 아브라함과 함께 있는 나사로를 보았소. 그는 외쳤소. ‘아버지 아브라함, 나사로를 보내어 내 혀를 축이게 해 주십시오. 이 불꽃 가운데에서 너무나 괴롭습니다.’”


나는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그는... 아직도 나사로를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는 여전히, 나사로를 부리려 했소. 그가 누구의 품에 안겨 있든 간에, 여전히 자신이 그보다 위에 있다고 여겼던 거요.”


하지만 아브라함의 대답은 달랐다.


“‘너는 살아 있을 때 복을 다 누렸고, 나사로는 고통을 당했다. 그러니 지금은 그가 위로받고, 너는 고통을 받는다.’ 예수가 그렇게 말씀하셨지.”


그리고,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경계가 드러났다.

“‘너희와 우리 사이에는 큰 구렁텅이가 있어, 이곳에서 너희에게 건너갈 수도 없고, 그곳에서 우리에게 올 수도 없다.’”


나는 그 말을 받아 적으며 한참을 멈춰 있었다.

그 구렁텅이.
그 틈은 살아 있을 땐 아주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죽고 나서야, 그것이 절대로 건널 수 없는 거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그런 틈이었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자는 다시 한번 간청했다.

“그렇다면 제발, 나사로를 제 아버지 집에 보내주십시오. 다섯 형제들이 이 고통의 자리에 오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기록하는 손을 멈추었다. 고통이 얼마나 깊으면, 고통 속에서도 다른 이의 운명을 걱정할까. 아니, 어쩌면 그건 걱정이 아니라, 공포였는지도 모른다. 자신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게 하려는 몸부림...


그러나 아브라함은 단호했다.


“‘그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된다.’”


하지만 부자는 말했다.

“‘아닙니다.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 가야, 그들이 회개할 것입니다.’”


노인은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말했다.


“아브라함은 이렇게 대답했소.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도 듣지 않는다면, 누군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들은 뒤,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노인은 돌담에 등을 기댄 채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주위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장터의 소음도 들려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나는 펜을 내려놓고 조용히 말했다.

“그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 같네요.”


노인은 미소 지었다.

“그래서 예수가 비유로 말씀하신 거요. 누구라도 듣고,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게.”


나는 그 자리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었다.


“지금도... 그 대문 앞에 누워 있는 이들이 있을까요?”


노인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늘 있지요. 문제는... 우리가 보려 하느냐, 듣고자 하느냐, 그거요.”


나는 기록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이름을 기록하며 하루를 보낸다.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기억 속에서 예수의 발자국을 더듬는다. 하지만 이름을 아는 것과, 마음을 여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야기 속 부자는 나사로의 이름을 알았다.


그가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도, 어떤 냄새가 풍겼는지도, 어떤 눈빛으로 침묵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그의 마음속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나사로를 아는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기록으로만 남길 것인가, 아니면... 식탁의 한 자리를 비워 둘 것인가...


나는 오늘 그 경계선 앞에 섰다. 대문 안과 밖, 아브라함의 품과 음부의 틈,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나 자신... 예수는 단지 가난과 부유함을 말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 그는 ‘듣는 마음’을 가진 이가 누군지를 가르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사로는 대문 앞에 있다.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는, 그 이름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 나는 그 이야기의 끝에서, 예수가 말한 ‘부스러기’가 결국 사람의 몫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며, 건너갈 수 없는 틈을, 살아 있는 동안에만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다리였다.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이 비유가 다시 누군가의 마음에 흘러가기를 바라며. 그 부스러기의 자격을 묻지 않게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언젠가,
품에 안긴 이름 하나를,
우리도 기억하게 되기를 바라며...



위의 글은 신약 성경 "누가복음 16:19-31"을 각색해서 쓴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성경책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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