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은 애도가 되고, 애도는 예언이 되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올라갔다. 사람들이 말하길, 그날 그는 앞서서 걸었다고 했다. 뒤에서 따라오는 무리보다 먼저, 한 사람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예루살렘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고. 언덕 위로 이어진 돌길은 생각보다 가팔랐고,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지만 공기는 아직도 무겁고 더웠다. 누군가는 그를 멀리서 보고도 알아보았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가 먼저 걷고 있다는 걸 한눈에 알았소. 마치, 결심한 자의 걸음이었달까.”
그렇게 말하며 그의 눈빛은 조금 흔들렸다. 그가 도착한 곳은 벳파게와 베다니 사이의 작은 고갯마루였다. 올리브나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예루살렘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쉼터 같은 곳... 예루살렘은 거기서 멀지 않다. 길을 따라 2–3마일 남짓, 고개만 넘으면 성전의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잠시 멈추어 섰고, 제자 둘을 앞으로 보냈다.
"저 마을로 가 보게. 거기 들어서면 아직 아무도 타지 않은 어린 나귀가 묶여 있을 거다. 그것을 풀어서 데려오너라."
듣는 이는 고개를 갸웃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어서 말했다.
"혹시 누가 왜 푸냐고 물으면 이렇게 말하거라. ‘주님께서 필요하시답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이들은,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묘하게 납득이 갔다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걸음을 옮겼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였다. 나는 나귀의 주인을 만나봤다. 늙은 이는 아니었다. 무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때는… 그냥 그렇게 말하길래 내주었소.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니었고, 얼굴을 안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알겠더란 말이오. 그 사람, 왕 같았소. 아니, 꼭 왕이란 건 아닌데, 그렇게 여겨졌달까.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럴 자격이 있다는 걸 알겠더군."
그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말도 이상하지요. 나귀 하나를 끌고 간 건데, 그런 느낌이 든다니 말이오.”
그는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도 납득이 안 간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 말하길, 왕이 들어설 때 사람들은 그런 감각으로 알아본다고 했다. 큰 깃발이나 군대가 없어도, 그 존재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마치 예언이 오랜 시간 숨을 죽이고 있다가, 그 사람을 통해 깨어나는 순간처럼...
나귀는 아직 어렸다. 매여 있던 줄을 풀어줄 때조차 순하게 있었고, 누구도 거칠게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나귀를 데려온 제자들은 자기 겉옷을 벗어 나귀 등에 덮었다. 그리고 그를 그 위에 앉혔다. 누군가는 이 장면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때 사람들은 그가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있었소. 예루살렘으로. 그런데도 아무도 막지 않았고, 도리어 길을 터주었지. 그게 이상했어. 모두 알고 있었는데, 아무도 돌아서라 하지 않았어. 오히려 그를 왕처럼 여겼어."
나는 예루살렘에서 오래 장사했다는 노인을 만났다. 그는 당시의 장면을 손으로 그리듯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가 겉옷을 벗어 길에 펴는 건 아무에게나 하는 짓이 아니오. 그건 존경과 복종의 표시요. 그 사람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지. 군왕이 올 때, 혹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이가 돌아올 때, 그럴 때나 하는 거요. 그런데 우리가 그를 위해 그렇게 했단 말이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아직도 내겐 그게 신기하오."
말하면서 그는 손바닥을 하늘로 펼쳐 보였다. 빈손이지만 그 안엔 무엇인가를 꼭 쥐고 있는 듯했다. 겉옷을 펴는 일이 단지 일회적인 동작이 아니었음을 말하고 있는 듯...
그날 그들이 그렇게 길을 꾸미고, 그 위로 나귀가, 그리고 그 위에 앉은 자가 지나갔다. 그 길은 올리브산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내려가는 비탈길이었고, 돌길은 굽이굽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을 내려갈 때 무언가가 터져 나왔다고 했다. 침묵이 깨졌고, 누군가는 소리쳤다고. 마치 기다려온 장면이 드디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처럼, 제자들의 무리가 목청껏 외치며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임금님은 복되시어라. 하늘에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 영광!"
그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았다. 어떤 이는 감격해서 울었고, 어떤 이는 아이처럼 손뼉을 쳤다고 했다. 사람들이 목청을 높일수록 누군가는 당황했고, 누군가는 분노했다고 한다. 특히 몇몇은 그 무리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제자들을 좀 말리시오. 이건 너무 지나치오. 소란스럽기만 하고, 마치 당신이 무슨 왕이라도 되는 듯하잖소."
그 말은 어떤 감정을 동반하고 있었다. 불쾌함, 위협감, 두려움. 아마도 그들이 알고 있던 세계의 경계선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그 사람을 ‘왕’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예루살렘에 입성한 이는, 곧바로 환영받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배척’된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요청에 잠시 시선을 두었을 뿐,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이들이 침묵한다 해도, 저 돌들이 소리치리라."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의미를 다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말하자면, 그날의 장면은 하느님이 오랫동안 예비한 일이었소. 사람의 입을 막을 수 있어도, 세상이 외치는 진실은 누가 막을 수 있겠소. 돌들도 그것을 알고 있는 거요."
그렇게 그는 걸어 들어갔다. 환영과 반대의 소리 사이를 지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밟으며...
성문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자, 그는 멈춰 섰다고 한다. 길게 늘어진 돌계단 위, 올리브산의 바람이 멈칫한 순간이었다. 도시의 윤곽은 오후 햇살에 따라 부드럽게 부서지고 있었고, 금빛 기와들이 먼지 위로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예루살렘이었다. 마침내 도착한 곳. 수없이 많은 이들이 동경하고, 기억하며, 기도하던 이름... 그 앞에서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가 울었소. 말 그대로 눈물을 흘렸소.”
그때 그 옆에 있었다는 한 노인은 그렇게 회상했다.
“놀랐지요. 많은 사람이 환호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도시를 보며 울었어요. 말도 없이, 소리도 없이. 그런데 그 눈물이... 그냥 슬픈 게 아니었소. 마치 누군가를 안아주려다 품에 안지 못하고 놓쳐버린 사람의 눈물 같았소.”
나는 그 순간을 상상해 보았다. 사람들은 노래하고 있었고, 길은 겉옷으로 덮여 있었으며, 공기는 환영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탄식했다. 기쁨이 아니라 안타까움이 그의 입술을 열게 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말은 길지 않았으나, 그것은 누군가를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의 고백 같았다. 예루살렘, 이름부터가 평화였다. ‘평화의 도시’, ‘평화를 볼 것이라 불리는 곳.’ 그러나 그는 말했다. 그 도시는 정작 평화의 길을 알지 못했다고. 그 길을 걷기보다,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고. 그래서 그는 그 도시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엔 그것이 보이지 않았소. 아니, 보여야 할 것이 감추어졌다고 했지.”
그 말을 기억하는 이는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오래된 기록들에서 그와 비슷한 탄식을 하나 발견한 적이 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예언자 예레미야를 떠올리게 했다고 한다. 예루살렘을 위해 울었던 그 옛날 사람처럼. 그러나 이 사람의 울음은, 앞날을 아는 자의 고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갑자기 목소리가 단호해졌고, 주변 사람들은 그의 입술을 주목했다.
“그때가 너에게 닥쳐올 것이다. 너의 원수들이 너를 둘러싸고, 성을 에워싸고, 사방에서 조여들 것이다.”
말은 구체적이었다. 애매한 위협이 아니라, 실감 나는 예고였다. 도시가 포위되고, 길이 끊기며, 성벽 너머로 불길이 타오르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그들은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던질 것이다. 그리고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들었다는 이는 아직도 그 문장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저주가 아니라 경고였어요.”
그는 말했다.
“부수려는 게 아니라, 알려주려 했던 거지요.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던 사람이었어요.”
그는 예루살렘의 운명을 내다보았다. 바깥은 환호였고, 사람들은 그를 왕이라 외치고 있었지만, 그는 안을 보고 있었다. 성벽 안에 깃든 어두운 길, 닫힌 마음, 외면된 시간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한 문장을 곱씹는 이는 많았다. 누군가는 그게 가장 아픈 말이었다고 했다. 다가온 순간을 몰랐다는 것. 손 내밀었지만 보지 못했다는 것. 찾아온 이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도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나는 한 랍비를 만났다. 그 역시 그 장면을 멀찍이서 보았다고 했다. 그는 천천히 말을 골랐다.
"그가 울 때, 나는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아시오? 무서운 사람이 아니었소. 단호하고 조용했지만, 그 안엔 무언가 부서지고 있었소. 성전을 보며 기뻐할 수도 있었고, 사람들 사이로 웃으며 들어갈 수도 있었을 거요. 그런데 그는 그 길에서 울었소. 그는 뭔가를 이미 알고 있었던 거요."
그는 고개를 떨구며 말을 덧붙였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소. 예언자들이 말하던, 그 오래된 문장들... ‘보살핌 받는 날’이라는 말이 뇌리에 계속 맴돌았소. 그날은, 지나갔소."
말의 끝은 작았지만 무거웠다. 시간이 지났고, 많은 일이 일어났다. 도시도, 사람도, 이름도 변했다. 그러나 그날 울던 사람의 모습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선명했다.
“그 울음은요…”
또 다른 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건 질책이 아니라 애도였어요. 누군가의 선택을, 멀리서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었어요. 그는 가르치거나 위협하지 않았지요. 다만, 슬퍼했어요. 정말, 아주 깊이 슬퍼했어요.”
나는 기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울음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말들이 어떤 시간 속에서 흘러나왔는지. 왜냐하면 누군가는 아직도 묻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는 울었는가, 왜 그토록 조용하게 그 도시를 바라보았는가...
그 도시는 지금도 있다. 여전히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채,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러나 내가 찾아다닌 그 이야기 속에서, 가장 흔들리던 장면은,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울고 있던 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는 성문을 지나 성전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이 그를 따랐고, 도시는 술렁였다. 그러나 그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성전이었다. 길게 이어진 돌계단을 올라가면 뜰이 나오고, 그곳에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발걸음, 그리고 동전 소리가 섞여 있었다. 향과 먼지, 짐승의 울음소리가 공기 중에 얽혀 있었고, 무엇보다도 거래가 오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그곳은 성스러운 장소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수단이었다.
그는 그들 사이로 들어갔다. 그리고 갑자기, 무언가가 시작되었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상인들을 내쫓기 시작했다.
“여긴 하느님께 기도하는 집이다.”
그가 던진 첫마디였다. 그러고는 멈추지 않고 덧붙였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그 말에 사람들은 움찔했고, 몇몇은 물러섰으며, 어떤 이들은 당황스러워했다. 장사꾼들이 진열한 바구니는 기울었고, 동전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짐승들이 놀라 울었고,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그러나 그 장면을 지켜본 이들 중엔, 고개를 끄덕인 이들도 있었다.
“속이 시원했소.”
나는 그 말을 반복한 사람을 몇이나 만났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그 장면은 파격적이었지만, 기다려왔던 듯도 했다고.
“그날 그가 그렇게 성전에 들어와 말했을 때, 우리 중 몇은 속으로 박수를 쳤소. 누가 감히 그럴 수 있었겠소?”
그렇게 말한 이가 몇이나 있었는지 모른다. 성전은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곳이라는 말. 그 말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실의 성전은 더 이상 그러하지 않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다. 눈 감고 지나가던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멈추게 했다.
그날 이후, 그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쳤다. 그렇게 들었다. 아침이면 그가 오고,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그는 어떤 이론이나 철학을 들려주기보단, 사람들의 마음에 직접 말을 건넸다고 했다. 그 말씀을 들은 이들 중 몇은 웃었고, 몇은 울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마냥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종교 지도자들이었다. 수석 사제들, 율법 학자들, 백성의 지도자들이 그를 보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그를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결심을 굳혔다.
“그를 없애야 하오.”
그 결론은 조용히 공유되었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는 확인되었다. 그가 존재하는 한, 질서가 흔들리고, 권위가 위협받는다고 느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바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는 혼자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 곁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성전 안에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는 그들 가운데 앉아 있었다. 말하고,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하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 말이 끝날 때까지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를 없애려는 이들은 방도를 찾지 못했다.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그 내부엔 긴장이 있었고, 갈등이 자라고 있었다. 그를 없애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했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틈은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온 백성이 그의 말씀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말씀을 듣느라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어떤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그 시기에 성전 뜰 근처에서 물을 길던 자였다. 그날의 장면을 기억하며 말했다.
“그때 그분이 하시는 말은 무서운 말이 아니었어요. 이상하게도 따뜻했지요. 하지만 그 따뜻함이 낯설었어요. 늘 두려움으로 채워졌던 공간에, 처음으로 환기가 된 느낌이랄까요.”
또 한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말이 칼 같았지만, 그 칼이 우리를 찌르지 않았소. 오히려 묶여있던 것을 끊어낸 느낌이었소.”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그 사람은 파격적인 일을 했다. 그러나 그 파격은 어떤 규범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본래의 자리를 되찾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성전은 본래 기도의 집이었다. 그가 외친 말은,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기록되어 있던 것이었다. 오래된 기억을 다시 꺼낸 것, 묻혀 있던 문장을 다시 말해준 것...
하지만 그 말은 어떤 이들에겐 위협이었고, 불편한 진실이었다. 그래서 그는 곧 적이 되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지도자들의 미움을 동시에 받았다.
나는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꼭 써야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성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태도와 마음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그의 말 앞에 머물렀고, 어떤 이는 그 말이 두려워 자리를 떴다. 그 차이는 크고, 깊었다. 그가 한 말은 성전에서 울렸지만, 실은 사람들 마음에 가장 깊이 울린 것이었다.
나는 여전히 그 길을 걷고 있다. 먼지를 일으키던 그의 발끝을 따라, 작고 느린 나귀의 걸음을 따라, 사람들의 눈빛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향하던 그날의 언덕은 그저 지리적 풍경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결정이었고, 누군가에겐 갈라지는 골목이었고, 나에겐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하나의 질문이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는 멈추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말한다. 그날 그는 앞서서 걸었다고. 그를 막아서는 이도 없었고, 돌아서라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모두가 그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면서도, 오히려 그에게 길을 내어주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자꾸 생각했다. 사람들은 왜 길을 내어주었을까. 왜 겉옷을 벗어 길 위에 깔았을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마치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오래된 기억이 저마다의 몸에서 일어난 듯...
"그 사람, 왕 같았소."
"꼭 왕이란 건 아니지만, 그렇게 여겨졌지요."
그 말들을 나는 가볍게 들을 수 없었다. 아무 근거 없이 믿는 감정, 이유는 없지만 거부할 수 없는 납득. 그날 그가 지나갈 때,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깊게 남았다. 그 모든 환호의 한복판에서, 그는 울었다.
나는 이 장면 앞에 멈춰 선다. 글을 쓰는 손도 멎고, 생각이 자꾸 그 지점으로 돌아간다. 도시는 황금빛이었다. 돌계단 위에서 바라본 성은, 많은 사람들의 소망이자 마지막 기도였다. 그런데 그는 울었다. 아무 말 없이, 누군가의 상실처럼, 누군가를 품으려다 놓쳐버린 순간처럼. 그 울음은 설명이 아니었다. 질문에 대한 답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흘러나온 것이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그 말에서 나는 오래 머문다. 그것이 내게 하는 말 같아서. 나 또한 평화를 바란다 말하지만, 평화로 향하는 길을 어쩌면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이는 것에, 들리는 것에 흔들려 정작 눈앞에 선 ‘사람’을 지나친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가 말하던 성의 멸망, 아이들이 땅에 내동댕이쳐지는 장면, 돌 하나 남지 않는 날들... 그것은 단순한 예고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어떤 슬픔이 묻혀 있었다. 미리 알면서도 말해줄 수밖에 없는 사람의 고통. 말한다고 달라지지 않더라도, 말하지 않으면 더 아플 것 같은 사람의 심정...
그는 그렇게 울었다. 나는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성전에서 그가 했던 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화를 내기보다, 질서를 무너뜨리기보다, 원래 있던 자리를 찾아주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다. 성전은 기도하는 곳이었다고, 원래 그렇게 기록되어 있었다고.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익숙함은 진실을 묻는다. 그런데 그가 말했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는 사람들...
“말은 날카로웠지만, 묶인 걸 자르는 소리였소.”
그 말이 아직도 내 귀에 맴돈다. 사람들의 반응은 분명하게 갈렸다. 누군가는 그의 말에 웃었고, 누군가는 미움을 품었다. 누군가는 멈춰 섰고, 누군가는 등을 돌렸다. 그는 그 모두 앞에 있었고, 한 사람처럼 말했고, 날마다 성전에 나와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그 장면들이 흔들린다. 단지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내 안에서 바꾸려는 이야기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성전에서 울렸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마음 안에서 울렸다는 걸, 나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지금도 나는 그 길을 걷는다.
그가 앞서 걸었던 그 길.
나귀의 보폭으로 천천히,
돌무더기와 환호가 함께 섞여 있던 그 길...
그의 눈물 앞에서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멈춰 선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나는 지금, 평화를 향해 걷고 있는가... 아니면 그 길을 모른 채, 스쳐 지나가고 있는가...
그 물음은 아직도 내 안에 머물러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위의 글은 신약 성경 "누가복음 19:28-48"을 각색해서 쓴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성경책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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