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드는 생각들...
읽기 쉽지 않은 책이다. 난 이 어려운 책을 왜 읽은 것일까? 그냥 마흔이 넘었으니 이 정도 수준의 책을 읽어야 어디서든 폼은 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냥 똑똑한 척, 지적인 척해보고 싶은 쓸데없는 욕심도 있음을 난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시작은 약간 불손하였음에도 책의 명성에 맞게 여러 생각들 그리고 교훈을 줄만한 책이었다. 물론 난 이 책의 70% 아니 50%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어려운 내용들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글귀 몇 글자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써보는 것이다.
진리와 정의에 대한 높은 식견과 고매한 감정으로 나를 한없이 감화시켰던 사람, 칭찬 한마디로 나를 무척이나 기쁘게 해 주었던 사람, 내가 쓴 글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녀의 영감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런 글을 나와 같이 쓴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 함께 했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추억, 그리고 그 비통했던 순간을 그리며 나의 친구이자 아내였던 바로 그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친다. - 서론 중...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내 '해리엇 태일러'에게 자신의 책을 바친다. 그리고 그의 모든 영감이 그녀에게 왔음을 말한다. 150년도 훨씬 넘은 시대의 책 그리고 영국 사회. 영국은 산업 혁명이 후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있는 때였다. 불가 20-30년 전 한국이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많은 고통이 있었던 것처럼 영국 역시(어쩌면 더욱) 150-200년 전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로 가는 길은 아주 험난 했을 것이다. 여성의 인권, 노동자의 인권, 아이들의 인권 등이 늘 화두가 되었을 그 시기. 저자는 여성인 자신의 아내를 자신의 최대 작품에 가장 먼저 앞세운다. 150년 전 아무리 유럽의 사회였지만 여성을 앞에 세우는 것은 아주 어색한 일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했겠지만) 자신의 아내를 앞세우므로 '자유'를 선포한다. 인권에 대한 자유, 표현에 대한 자유 그리고 공평과 정의에 대한 자유를 그의 아내를 앞세움으로 표현한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한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 57페이지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이 틀린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정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일이 아주 흔하다. - 146페이지
多"다른 의견은 침묵을 강요당한다." 150년 전의 이 말이 민주주의를 사는 우리 한국 사회에게 전하는 말 같다. 시대가 변하고 나라가 다르지만 이 말은 우리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소수의 사람들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다(多)를 위해 소(小)가 희생시키는 것은 일반적인 관념이다. 우리는 대체로 다수의 말, 힘 가진 사람, 고학력자의 말이 대체적으로 옳은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다르고 독특한 생각과 이야기, 다른 인종, 독특한 성별, 다른 종교는 여전히 '진리', '다수결', '사회적 통념'이라는 이름으로 침묵을 강요당한다. 하지만, 우린 하찮게 생각하는 많은 이들의 말이 오히려 진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난 역사에서 소수의 의견들이 옳았음을 증명된 적이 적지 않다.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고 바뀌지 않을 것을 알면서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하는 노동자들, 오히려 말을 하고 행동을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를 일으키는 성소수자, 다문화, 특정 종교인들 등.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본다면 다수가 정했던 의견보다 나은 대안들이 발견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실제로 우리 사회 안에 대화가 있게 했고 조금씩 변화를 가져왔다.
다양함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라는 사실은... 인간이 불안전한 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유익하듯이, 삶의 실험도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각자의 개성을 다양하게 꽃 피울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지 시도해보고 싶다면, 자기가 원하는 삶의 양식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실천적으로 증명해볼 수 있어야 한다.- 156 페이지
모든 목소리는 가치가 있다. 개인의 생각과 의견들이 표현되는 것을 막아선 안된다. 여성, 어린아이, 외국인, 소수의 종교인, 소수자들의 생각과 의견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의 말이 사회적 통념과 동떨어져 있고 독특한 말에 동의를 할 수 없을지라도 그들의 말과 의견이 틀렸다고 말해선 안된다. '다름'을 인정해야 하며 '다양성'의 가치를 높이 두어야 한다.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넓은 장(場)을 스스로가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면 우리의 사회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표현이 자유로워지고 건강한 토론이 이뤄질 때 '민주주의'의 가치가 우리 사회 안에 더욱 실현될 수 있다.
자기표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은 다르지만 공감받을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더욱 세상은 그렇게 변할 것이다. 가장 창조적인 것이 자신의 말이며 이야기이다. 모든 사람들은 생김새, 나라, 말, 세계관, 종교가 다르기에 모두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이 '자유'다. '자유사회'는 특별한 것이 아닌 '자기표현'이 자유롭고 침묵이 강요되지 않은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