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광 Jun 04. 2020

[배유기] 5화_ 프로배구가 진짜 대세가 되려면 (1)

- 초보기자의 배구판 3년 유랑기

최근 프로배구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 특히 시청률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남기며 겨울을 대표하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 V-리그는 한 경기 평균 0.92%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스포츠채널에서 굉장히 높은 수치로 야구 외에 다른 종목에서는 감히 넘보지 못하는 수준이다. 물론 프로야구의 경우에는 하루 다섯 경기가 각기 다른 채널에서 동시에 중계되니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프로배구는 헤쳐 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지금까지 여러 노력이 인기, 관심에 불을 붙이는 것에 성공했지만, 이것이 계속 타오르려면 그 아래 장작더미가 튼튼해야 한다. 배구가 반짝 인기를 넘어 프로스포츠로서 대중들에게 자리 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기자로 보며 느꼈던 것, 그리고 차마 기사로는 내지 못했던 것들을 적어본다.




배구는 판이 굉장히 작다. 팀, 선수 수, 그리고 아마추어 수도 적다. 시장규모도 아직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선 턱없는 수준이다.


V-리그는 남자부가 일곱, 여자부 여섯 팀으로 구성돼 있다. 남자부의 경우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적은 팀 숫자다. 프로야구와 프로농구가 10팀, 프로축구의 경우에는 1부 리그에만 12개 팀이 있다. 여자부는 여자프로농구와 같은 숫자지만, 객관적인 수 자체가 적다.


팀이 적으면 운용할 수 있는 경기 수가 줄어든다. 이 경우 라운드를 늘려 한 팀이 여러 경기를 소화하게 해 경기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아무래도 다양한 팀이 여러 경기를 치르는 것보다 다양성에서 밀린다.


여기에 ‘2군 리그’가 없다는 건 더욱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가뜩이나 팀이 부족해 프로 무대로 향하는 문이 좁은데, 2군까지 없으면 그 문이 더더욱 좁아진다.



대부분 프로스포츠는 실제 경기에 나서는 1군, 그리고 육성을 전담하면서 언제라도 1군에 선수를 수급할 수 있도록 하는 상비군 격인 2군이 있다. V-리그는 2군이 없어 1군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담당한다. 당연히 수용 인원은 적고, 제대로 육성이 될 리 만무하다. 


이 ‘좁은 문’은 결국 정말 소수의 선수들만 살아남게끔 만든다. 선수들 중에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선수가 있는 반면, 좀 더 가다듬으면 활용가치가 커지는 선수들도 있다. 지금 V-리그는 후자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구조다.


2군이라도 있으면 자체 청백전, 혹은 타 2군 팀 간 경기를 통해 실력을 가다듬을 수 있지만 1군에 속해서는 어렵다. 모든 훈련이 실전에 나서는 선수들 위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선발급 선수들 외에 선수들은 훈련도 오롯이 받기 어려워진다. 아마추어에서는 줄곧 한 자리를 차지하며 나름대로 제 역할을 수행하며 실력을 유지했지만, 프로에 오면서 뛸 기회를 잃고 실력이 퇴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뛰는 선수들에게는 ‘과부하’라는 문제가 생긴다. V-리그는 주로 3~4일 간격을 두고 경기를 진행한다. 주로 일주일에 한 경기씩 하는 다른 리그와 비교해 많은 편이다. 다른 선수들을 로테이션으로 활용하면 된다? 일단 그 정도로 폭넓은 선수 구성을 갖춘 팀이 몇 없다. 또 뛰던 선수들이 계속 코트에 오르는 것이 경기력 면에서도 안정적이다. 안정적인 걸 원하는 감독은 베스트 멤버를 그대로 내는 선택을 선호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부모들이 과연 배구를 시키려고 할까? 자녀가 그 좁은 문을 뚫고 선수로 빛날 거라 확신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아이에게 운동을 권하는 부모 입장에선 배구보다 농구를 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두 종목은 단순히 겨울스포츠라는 공통점 외에도 비슷한 신체구조와 운동능력(큰 키에 순발력, 점프력 등)을 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구는 인식 면에서 농구에 크게 밀린다. 리그 인기와 달리 아마추어에선 농구가 배구를 몇 배는 더 앞선다. 접근성도 농구가 더 뛰어나고 실제로 즐기는 인원도 농구 쪽이 훨씬 많다. 여기에 프로 무대마저 배구가 농구보다 좁다. 좋은 유망주를 받아야 하는 배구 입장에선 불리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로 유소년 배구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여고부의 경우 중고배구연맹에 등록된 학교가 20개도 채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제대로 선수를 갖추지 못한 팀이 많아 대회를 보면 8~10개교가 대회를 치르곤 한다(이것도 많이 참가했을 경우다). 남고부는 30개교 수준이다. 이마저도 점점 줄고 있다. 올라오는 선수가 없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팀도 많다. 프로의 근간이 되는 유소년 배구의 씨가 마르고 있다.


스포츠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은 ‘스타’다.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슈퍼스타들이 계속 나와야 스포츠가 살아 숨 쉴 수 있다. 그러나 지금 V-리그 구조는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남자부는 문성민, 신영석, 한선수, 전광인 세대 이후로 이렇다 할 스타가 없다. 여자부는 남자부보단 상황이 좋다. 김연경 이후로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리그를 수놓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프로 진출을 위해 신인드래프트에 나서는 신예 선수들이 점점 줄고 있어 걱정을 산다. 많은 감독들이 ‘드래프트서 1라운드를 제외하면 뽑을 선수가 없다’라며 현 상황을 우려한다.



(2)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배유기] 4화_ 올림픽 본선 진출, 그 영광의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