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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광 May 21. 2020

불면증,

너 덕분에 글 하나 쓰는구나

오전 4시 50분. 내 원룸 전경은 앞에 있는 건물들 때문에 썩 좋진 않다. 그래도 건물 뒤 은은한 햇빛이 나름 분위기를 낸다.



군대서 생긴 좋은 버릇 중 하나가 ‘수면’이었다. 정시에 자고 정시에 깨는 습관이 몸에 배어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바깥사회 생활에 맞춰 수면시간이 점점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그래도 늘 일정한 시간을 자고 아침에 버릇처럼 눈을 떴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수면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아침에 나갈 기사 준비를 하고, 밀린 잡지 기사 처리를 하고. 그 외에도 못 본 경기를 챙기고 각종 데이터를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잠드는 시간이 새벽 두 시, 세 시까지 밀려났다. 


처음엔 ‘밤에 일이 더 잘 되니까’라는 핑계를 댔다. 그렇지만 어느덧 새벽 네 시가 되어야 잠이 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연히 몸에 무리가 왔다. 두통은 일상이었고 체력도 심각하게 떨어졌다.


3년 차에 접어들면서 패턴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아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 기사를 작성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밤 12시 전에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났다. 2주 정도 되니 몸에 익기 시작했다. 새벽 5시에 눈을 떠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 됐다.


그러나 이것도 비시즌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일이 많은 시즌이 되니 또 잠 때문에 고생을 했다. 잠에 드는 시간은 점점 늦어졌고, 일어나야 할 시간은 그대로 새벽이었다. 잠에 들어 몸을 쉬게 하는 게 아니라 잠시 뇌를 껐다가 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불면증을 얻었다. 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이 지독한 전리품은 어디로 도망가질 않는다. 모처럼 밤 11시부터 피곤해서 눈을 감았는데,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나 핸드폰을 켰고,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켰다. 결국 다시 불을 켜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하루 하나씩은 뭐라도 써야지’라고 마음먹었는데 요 며칠 잘 안 된다. 너무 잘 쓰고 싶어선지 내 맘대로 글이 나오질 않았다. 그런데 잠이 안 온 김에 잡은 이 글은 십여 분만에 이렇게 뚝딱 완성됐다. 이런 내 머리가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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