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위한 일은 모두 성스럽다

by 김광훈 Kai H

오래전에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걸어서 왕복해보려 한 적이 있었다. 절반쯤 가다 생각보다 먼 거리라 주차해 놓은 곳으로 다시 돌아가 차를 이용해 다리를 건넜다. 중간중간 경치를 구경하면서 도보로 왕복하면 1시간 반에서 2시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금문교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자살 명소>중 하나였다. 잠시 머리카락이 쭈뼛이 섰다. 실제로 아래 바닷물까지의 높이가 67미터로 아파트 20층 높이보다도 높다.


당시 건설비가 3500만 달러 들었고 건설 도중 11명의 인부가 목숨을 잃었다. 이보다 6개월 전에 개통한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교 건설에 28명이 사망한 것에 비하면 굉장한 기록이었다. 당시엔 건설비 100만 달러당 1명이 사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망자가 적다고 해서 안타까움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 11명은 분명 누군가의 사랑하는 남편, 아빠, 아들, 연인이었을 테니 말이다.


처음 공사할 때 인부가 바다 아래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속출해 당시로서는 거금인 10만 달러를 들여 그물을 설치했더니 추락사고가 없어졌다고 한다. 옆에서 일하던 동료가 추락사하면 그를 목격한 근로자는 고소공포증에 걸린다는 것을 오래전 집에 있던 의학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두려움의 포로가 되면 오히려 사고가 증가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목숨을 거는 건 동물만이 아니다. 콜롬비아의 산간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줄 하나에 의지해 계곡을 건넌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30초면 건너편 계곡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을 이용하지 않으면 두 시간을 돌아가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또 온 가족이 먹을 물고기를 잡기 위해 폭우로 불어난 메콩 강 위를 줄 하나에 의지해 생명을 걸고 건너는 가장이 있다. 이런 사실도 모르는 철없는 아이들이 그날 저녁 맛있게 생선요리를 먹는 것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갈고리로 쌀가마니를 찍어 어깨에 메는 가대기 일을 하든 남의 이(tooth)를 치료하든 가족과 자신의 생계를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다 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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