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서 말을 해>라는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아내와 10년째 별거 중이라는 어느 희극인의 이야기를 읽었다. 늦게서야 방송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용기를 내어 아내에게 영상 편지를 전했다고 한다. 부부가 잠시 다툴 수는 있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긴 게 안타깝다.
전민 번역 문학상 2관왕인 시인 김이듬은 그녀의 작품집 히스테리아에서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 짜장면이 나와서 갈등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주인에게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면 종업원이 꾸지람 듣겠지. 전복과 다진 야채가 싫은데…
어떤 때는 자신의 마음도 알 수 없는데, 표현하지 않는 마음을 상대가 알 턱이 없다. 때로 약간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특히 호의적인 감정은 그때그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기회란 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타이밍을 놓치면 효과도 없다. 그런 점에서 틈나는 대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면서 나도 조금씩 실천해 보고 있다. 영화 대부에서 마이클이 ‘크리스마스에 뭘 원하느냐고 묻자 (What do you want for Christmas?)’, 케이가 대뜸 ‘당신만 있으면 된다(Just you.)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바로 표현해야 한다.
가장 슬픈 것은 하지 못한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직하고 있는 편이 더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도 표현을 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한 표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글을 번역하면서 받은 감동은 나를 전율 하기에 충분했다. 어떤 고대 판화에는 아무런 글이 없고 아버지가 아들의 귀에 대고 세상의 모든 비밀에 대해 전수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를 묘사하면서 “잘못된 것이 말해질 때 이 세상에 크나큰 해악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하지 못한 말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도 아니다.” (“So much harm comes into this world when the wrong thing is said, but that is nothing compared to the pain from what goes unsaid.”)
깨지지 않는 사랑을 유지하려면 웅숭깊은 배려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랑하는 이에게 말로 표현하고 행동으로도 보여 주자. 특히 마음에 상처를 주었거나 자신으로 말미암아 피해를 당했을 때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다가 영영 기회를 놓치는 수도 있다. 밥 한 끼 못 산 것은 아무것도 아니나 표현하지 못한 말은 평생 가슴속에 남는다. 표현하라. 특히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