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유감

by 김광훈 Kai H

용어 유감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찾아간 천리포 수목원에서 감탕나무를 실컷 본 적이 있다. 붉은 열매가 열리고 잎에 가시가 있는 Holly라는 이 나무가 우거진 동네라 Hollywood가 된 모양이다. 예전에 이 지명을 holy wood와 혼동했는지 성림(聖林)이라고 표기했었다.

요즘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라고 한다. 이성친구긴 하지만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와 구별할 필요가 있을 때 쓰는 모양이다. 따지고 보면 여자 친구, 남자 친구라는 표기도 잘못된 것이다. 굳이 성이 다른 걸 강조하려는 의도였으면 여성 친구, 남성 친구가 맞고 단순히 남녀 구별을 하려면 여자 친구, 남자 친구가 더 옳은 표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최근에 만난 독일인은 성인 친구인데 왜 girlfriend 냐며 잘못된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에서는 그냥 이성 친구라는 표현이 필요할 때 woman friend 또는 man friend/guy friend라고 하는 것 같다.

독일인은 히틀러의 광기 어린 행태가 전 인류에 깊은 상처를 준 탓인지 ‘총통 (Fuehrer)’라는 말이 금기어라고 한다. 독일인들에게 슬쩍 물어보니 조심스러워하거나 쑥스러워한다. 이런 연유인지, 나는 대통령 (president)라는 표기가 마음에 안 든다. President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사장, 의장, 대통령 등 여러 가지 뜻이 나온다. president라는 말이 물론 주재한다, 통제한다, 감독한다는 뜻 (일부는 앞자리에 앉는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도 주장)이 있지만 대통령이란 표기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동양에 소개된 때쯤 생겼을 테니, 민주화가 전혀 안 되었던 그때만 해도 이런 표현이 일반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을 것 같다.

오래전에 쓴 글에서도 주장했지만, 중환자실 (ICU, Intensive care unit)을 집중치료실이라고 표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잘못된 표현은 아니지만 중환자실이라는 표현은 듣기에도 섬뜩하다.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러 병원/치과에만 가면 무조건 ‘환자’라고 불리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예전엔 불구자, 장애자, 구두닦이, 때밀이 등 차별적인 용어가 가감 없이 사용되기도 했다. 본래 의미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시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 불우라는 말도 원래는 얼마나 웅숭깊은 표현인가? 잠재력이나 능력이 충분한데도 때를 만나지 못해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뜻이니. 그래도 어감이 좋지 않다면 과감히 버리고 듣기 좋은 용어, 배려하는 용어로 바꾸면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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