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를 오랜만에 다시 보았는데 특히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남녀 둘 모두 검불(straw, hay etc.)이 머리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꽤 suggestive 했다. 게오르규의 25시 앞부분에 요한 모리츠와 수잔나가 밀회하면서 그들이 있던 자리의 풀이 눌리고 옷에 묻은 장면이 생각났다. 돈 벌러 멀리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 남자를 못내 아쉬워하는 여자의 마음이 잘 나타났었다. 요즘과 마찬가지로 결혼하려면 집과 땅(밭 =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남자의 말이 요즘의 현실과 어찌나 같은지 먹먹하게 느껴졌다.
군대 시절 휴전선 부근을 지날 때마다 mine이라고 쓴 팻말을 자주 보아 그게 옛날 영화 All mine to give에서의 mine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았다. 심리학에서 남녀가 모험이나 큰 위기(재정적이나 실생활의 자질구레하고 비참한 것 말고) 때 함께 하고 있으면 친밀감이 극도로 높아진다는 것은 여러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미인은 곁에 없었지만, 나도 송중기처럼 헬리콥터를 가끔 탄 적이 있었다. 행군을 마치고 나면 그게 어디선가 날아와 중대 정문 앞 연병장까지 실어다 주곤 해 'equipment'의 편리함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직선거리로 30여 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며칠 걸려 행군하면서 좀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기억에 새롭다.
쿠르츠 대령처럼 바이런의 작품 한 구절을 읊조리는 것보다 타이밍 맞춘 미남의 키스가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해진 세월이 아쉽다. 이젠 '순수 이성 비판'같은 것도 뭔지 알아야 할 때가 되었는데 '태양의 후예'나 비평하고 있으니 좀 쑥스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