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떠난 물고기

by 김광훈 Kai H

주인(관리자) 잘 만났어야 했는데... 애꿎은 청년 물고기가 유명을 달리했다. 전적으로 내 실수다. 크기가 100리터가 채 안 되는 <어항> 수준인 데다 위에서도 '감상'을 하기 위해 커버(뚜껑)도 없다 보니 튀어나오는 녀석을 제 때 발견하지 못하면 저산소증으로 이승을 하직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주한 둘 째날 밤에 빨간 녀석 둘 중 하나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온 걸 우연히 발견하고 재빨리 넣어 살렸었다. 하루가 지나 다시 시도하는 걸 발견하고 수위를 급히 낮췄다. 이 정도면 못 나오겠지 했는데 빠삐용인지 탈옥을 감행했고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한 번 떨어져 봐서 어항 밖은 더 넓은 세계 예컨대 저수지가 아닌 걸 알았을 텐데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혹시 잠시 깜빡하고 혈기에 점프를 했는데 Oh shit! 한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새로 입주한 열한 마리 중, 빨간색은 두 마리였는데 이제 한 마리뿐이다. 그나마 수초 깊숙이 숨어 모습을 보여 주지도 않는다. 초창기 구피는 혈기방장 한 녀석들이 많아 어항 밖으로 자주 나와 나름 관리했었는데 이번 녀석들은 다들 순하다 보니 방심했던 것 같다. 뚜껑을 씌우자니 <조감:bird's-eye view>이 안되고 안 씌우자니 <짧고 어두운 터널>을 선택할까 봐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Catch 22 situ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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