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산책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이름 모를 야생화. 어찌나 자태가 강렬하고 아름다운 지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도구가 없어 이틀 뒤 그곳을 지날 때를 기약하고 다시 가보니 그야말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누군가 캐어간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쩌면 <Indoor flower>보다는 척박한 초등학교 담장 사이 시멘트 틈 사이에서 비바람을 견디며 지내는 자유를 선택해 아카이브 별로 스스로 떠난 게 아닌가 싶다. 황금 장롱 속에 갇힌 거북이가 되기보다는 진흙탕에 뒹구는 자유 거북이를 택한 장자가 생각났다.
10분만 걸어가면 서초동 꽃시장 못지않은 곳이 있고 그곳에 인공의 꽃들이 즐비하지만 그런 <제도권> 꽃보다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내공을 키우다가 마침내 터지는 야생화에 반하곤 한다. 문종이 세자 시절 수많은 가능성을 제쳐두고 동궁 시비 순임만을 사랑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