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 감미로운 속박

by 김광훈 Kai H

남자는 흔히 평범한 여자는 유혹하기 쉬울 거라 착각하는데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다. 또한,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여자는 남자가 웬만큼 마음에만 들면 버스처럼 다 태우고 보는데(tag along) 비해 남자는 여자를 택시처럼 골라 태운다’라는 말이 있다. 남자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배우자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깊고도 넓은 인간관계는 혼자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모든 인과관계를 발생시킨다.‘사람들 앞에서 집안의 더러운 리넨을 빨래하지 마라’는 다른 나라의 격언이 있듯이 어느 집안이나 치부가 있게 마련이다. 외부에서는 그 가족과 친하지 않으면 구구절절한 사정을 구석구석 알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가정이 있다. 하지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라는 성경 구절처럼 좀 더 잘 풀리고 못 풀린 집이 있으나 약점과 강점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언젠가 친구가 한 말이 마치 새로운 트렌드(trend)에 대한 선언 같기도 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회,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둔 그녀에게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무한의 자유를 누리는 지금이 좋은데 굳이 결혼해 자신을 구속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한‘신(god)이 인간을 이긴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인간이 출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혼과 출산에 얽매이는 것이 인간의 잠재력에 얼마나 저해가 되는지를 갈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이 없었더라면 남자는 신처럼 살고 있을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자질구레한 일상이 남자의 창의력과 신성(神性)을 마비시키는 것은 확실하다. 사냥감을 쫓아 숲 속을 누비는 남자는 여자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우유 술과 차를 마시고 또 양고기를 먹으면서 피리도 불고 여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본래 남자가 흔히 꿈꾸는 이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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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사이에 친구라면 상대의 관심을 독점하지 않을 것과 일상에 깊이 간섭하지 않을 자제력, 마음의 여유가 필수다. 남자가 여자의 친구로 남을 수 있는 인내심과 유연성이 있다면 여성이 평생 독신으로 지내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혹자는 서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에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서기 2540년(그는 포드 기원 632년이라고 했지만…)에는‘인간이 출산과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를 무려 500년 이상이나 앞당겨 실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대가 급속히 변하면서 싱글은 무한한 자유를 누리게 되었지만, 기혼자는 인도의 불가촉천민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싱글과 유사한 자유를 추구했다가는 소도를 무단으로 벗어난 천민이 당했던 불이익을 받는다. 경제적인 자립이 힘들어져 초혼 연령이 많이 높아진 점도 있다. 하지만 소위 적령기를 훨씬 지난 남녀의 말을 들어보면 결혼 후 겪게 되는 말할 수 없는 속박을 알기에 결혼을 늦출 수 있는 한 최대한 늦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최후의 한 사람으로 줄어들 때까지 미루다가 더는 없다는 확신이 들면 그제야 결혼을 결심하는 것 같다. 여자가 남자에게 수건과 빗을 받으면 인생의 정점에 선다는 건 이미 한 세기도 더 지난 옛일이 되었다. 지금은 여성이 오히려 이성을 선택할 때 우위에 있는 것 같다. 하기야 예전에도 남자가 여자를 고르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잉태해 줄 남성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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