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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May 26. 2024

중고 책 거래 사이트에서 정가 10만 원인 졸저를 보고


  책을 쓰고 탈고하느라 1만 시간이나 걸린 졸저 A에 대해 어쩌다 생각하면 인생과 참 많이도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인생을 웬만큼 살아보면 대부분 느끼겠지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허다하다. 프로 축구 골키퍼를 하다 돌연 조기 은퇴한 선수라든가 고교시절 강속구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가 프로로 전향해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 타자로 포지션을 바꾸는 것이 최근에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은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이다. 대부분 재능과 노력이 행운을 만날 때에만 대성할 수 있다.

  본래 출판사에서는 책이 웬만큼 판매가 되지 않는 한 <책이 잘 팔린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졸저 중에는 출판사 대표 부인으로부터 <매월 아주 많이 나간다>는 말을 직접 들을 정도로 나름 <상업적 성공>을 거둔 실용서가 있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많은 노력을 쏟아부은 책 A다.

  몇 년 사이에 멀티 밀리언 셀러를 네 권이나 출간한 출판사 대표가 졸고를 두고 여러 차례 직원회의를 하며 고심을 했던 만큼 작품성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상업성이 부족했는지 결국 그 출판사에서 출간이 되지는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과 부산 시내 대형 서점 등의 매대에 등장했으나 머지않아 사라지고 서가에 몇 권 차리를 차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남대문 시장에서 신제품이 일주일이내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얻지 못하면 바로 <땡처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의 라이프 사이클도 비슷하다.

   오늘 지인에게 졸저를 선물할 일이 있어 한 유명 중고책 거래 사이트에 문제의 책 A를 우연히 검색해 보니 정가가 무려 10만 원이고 할인한 판매가도 5만 원 가까이 되어 놀랐다. 물론 책의 진가가 뒤늦게 알려져서라기보다는 백석의 시집 초판본 만큼이나 쉽게 구하기 힘든 <희소성>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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