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뒤집으면
냄새가 먼저 올라온다.
젖은 흙,
묵은 시간,
사람의 손이 지나간 자리.
감자는
그 속에서 자란다.
빛을 향해 뻗지 않고
아래로 내려가
조용히 몸을 키운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하지만
땅속에서는
하루하루가 쌓인다.
삶도 그렇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부분이 결정된다.
아일랜드를 떠올린다.
시인과 극작가,
문학의 거장이 많았던 나라.
그러나 한때
감자 하나에
생존을 걸어야 했던 사람들.
흉작이 들자
삶이 무너졌다.
굶주림은
사람을 떠나게 했고
바다는
눈물의 길이 되었다.
그 작은 감자가
역사를 바꾸었다.
우리가 쉽게 먹는
하나의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였다.
그래서일까.
감자는
화려하지 않다.
향도 강하지 않고
빛깔도 수수하다.
하지만
가장 오래 버틴다.
삶을 지탱하는 힘은
대개 이런 것이다.
눈에 띄지 않지만
결코 가벼울 수 없는 것.
구운 감자 하나가
천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은
결국
누군가와 나눌 수 있을 때
완성된다.
혼자 먹는 풍요보다
함께 나누는 소박함이
더 깊다.
씨를 심을 때
기쁨은 없다.
손은 더러워지고
허리는 굽는다.
기다림은 길고
확신은 없다.
그럼에도
사람은 심는다.
눈물로
씨를 묻는다.
그리고
어느 날
흙을 걷어내면
그 아래
묵묵히 자라 있던 것이
손에 잡힌다.
그때서야
알게 된다.
기쁨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쌓여온 것이라는 것을.
감자밭은
그 사실을
아무 말 없이 가르친다.
우리는 늘
위로 올라가려 하지만
삶의 대부분은
아래로 내려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깊이만큼
비로소
무언가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