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키를 기다리며

by 김광훈 Kai H

벽 틈새의 꽃

알프레드 로드 테니슨


벽 틈새의 꽃이여,

나는 너를 그 틈새에서 뽑아낸다;

뿌리째 온전히 내 손에 쥐고 있노라,

작은 꽃이여 — 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만 있다면

네가 무엇인지, 뿌리까지 모두, 온전히,

나는 신과 인간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영화 <노트북>에는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가 휘트먼보다 테니슨의 시를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아버지와 달리 그는 휘트먼의 「Spontaneous Me」 같은 시를 즐겨 읽는다. 필자의 고등학교 23회 선배였던 장영희 교수 또한 이 시를 애정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유작이 된 『축복』(영미 시선집)에도 이 작품이 실려 있다.


산책을 하다 영어 이름 ‘Non-So-Pretty(네가 제일 예뻐)’라는 별칭을 가진 꽃을 발견한 적이 있다. 황홀할 만큼 고와서 산책을 마친 뒤 모종삽을 챙겨와 집으로 옮겨 심고 싶었지만, 어느새 누군가 담장 틈에 피어 있던 그 꽃을 먼저 가져가 버려 아쉬움을 남긴 적도 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동네 부동산 앞에 그 ‘핑키’(필자가 명명한 이름)가 수십 그루나 자생하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더니, 중개업소 대표가 몇 그루를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집 발코니에 옮겨 심어 한동안 꽃을 감상했지만, 가을이 되자 자연스레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발코니는 사방이 트인 곳과 달리 햇볕이 종일 드는 환경이 아니어서, 이 꽃이 다시 봄에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참고로 핑키의 우리말 이름은 ‘끈끈이대나물’이다. 곤충을 막기 위해 줄기에서 끈끈한 액체를 분비하고, 잎이 대나무 잎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지만, 그 빼어난 자태에 비하면 어딘가 조악한 작명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이전글컴포트 푸드 (Comfort F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