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털 밸류

by 김광훈 Kai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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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치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가격이 매겨지지 않지만, 삶에서는 분명한 무게를 지닌다.

손에 쥐어지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 그것을 우리는 센티멘털 밸류라고 부른다.


누군가는 대기업 간부를 거쳐 탄탄한 기업을 일군다. 또 누군가는 조용히 교단에 서거나, 경제적으로 평탄하지 않은 길을 걷는다.

겉으로 보면 서로 다른 궤적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의외로 닮아 있다.

하나의 물건, 하나의 기억, 그리고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흔적.


집 한켠에 놓인 놋대야 하나를 떠올린다.

값으로 따지면 크게 의미 없는 물건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세월이 담겨 있다.

집안의 흥망과 말없이 지나간 시간, 다하지 못한 마음까지 함께 고여 있다.

그 대야는 물을 담던 그릇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두던 그릇이었기에 쉽게 버려지지 않고 오래 남는다.


센티멘털 밸류는 이처럼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흔적이다.

금아 피천득이 오래 간직했던 인형이나, 어른이 되어서도 곁에 두었던 테디 베어처럼, 누군가에게는 설명할 수 없지만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이 닿았던 옷을 함께 묻어달라던 마음도, 이해하려 하면 부족하고 느끼려 하면 충분한 이야기다.


사람은 결국 기억으로 산다.

그리고 그 기억은 거창한 사건보다, 사소한 물건과 장면 속에 더 오래 머문다.

손때가 묻은 것들, 오래된 것들, 쉽게 버려지지 않는 것들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가치는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 나라에도, 한 시대에도 센티멘털 밸류는 존재한다.

어느 겨울, 빙상의 불모지에서 기적 같은 성취가 있었고, 한 사람의 연기와 한 번의 점프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다.

그 순간 남은 것은 금메달의 무게보다, 오래 남는 감동이었다.


경제적 효과는 숫자로 기록되지만, 감동은 사람 속에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오랜 시간 삶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한다.

그래서 센티멘털 밸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을 움직이는 가장 깊은 힘이 된다.


우리는 종종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잊지 않는 일이다.

손에 익은 물건 하나, 지워지지 않는 장면 하나, 가슴에 남아 있는 어떤 순간이 결국 우리를 지탱한다.


행복은 새로운 것을 더하는 데서 생기기보다, 소중했던 것을 다시 떠올릴 때 깊어진다.

그리고 문득 깨닫게 된다.

삶의 진짜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 기억 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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