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최고의 반려자란

나를 넘어서도록 용기를 주는 사람이 최고다

by 김광훈 Kai H

어떤 사람들은 나보다 더 나의 재능과 적성을 알아보기도 한다. 현재 제길을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현재 나의 상태가 어디에 이르고 있는지 진단하고 처방까지 해준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를 보면 소묘에 뛰어난 슈투트가르트 출신의 젊은 여성이 어느 평론가에게 ‘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지만, 깊이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고 이러한 평이 신문에까지 실렸다.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고 그녀를 격려하려는 뜻이었지만 그 말에 자신감을 잃은 그녀는 작품을 중단하고 방황하다가 139미터 텔레비전 방송 탑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다. 흔한 일은 아닐지라도 개연성이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뭐하나 확실한 게 없는 세상인 듯하다. 그래서 누구나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 해외 유명 투자가도 우리나라의 이런 대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확실히 좋은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수천 년을 불안정하게 살아온 우리에게 DNA 깊숙이 안정을 희구하는 인자가 포함된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인 듯하다. 이럴 땐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그것만이 내 세상', '행진' 같은 노래는 힘과 용기를 준다.




전인권을 딱 한번 만난 적이 있다. 그날따라 밴드가 파업해 그의 노래는 못 듣고 함께 어깨동무하며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의 폭발적인 음이 그곳에서 나온다고 생각될 만큼 어깨가 탄탄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자주 듣는 편이다. 리허설도 실전을 방불케 철저하다는 조용필의 철저함도 좋긴 하지만, 어쩐지 약간 느슨할 것 같은(laid-back) 전인권이 더 좋다.


현재는 대중 앞에서 자유롭게 발표하는 어떤 컨설턴트는 어릴 적부터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말을 더듬는다고 생각까지 더듬는 건 아니잖아”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이후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 탈옥수 신창원의 사례와 비교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용기가 어쩌면 가장 지속적이고 진실하다. 서로 잘 알기에 말이 필요 없을 때가 많다. 그냥 곁에서 어깨를 감싸거나 안아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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