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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호 Oct 07. 2019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책]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 맥스 베이저만 지음 / 청림출판


미국 정부는 9.11사태를 예견하거나 막을 수 없었을까?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고, 보스턴 카톨릭 주교와 교황청은 무슨 이유로 해당 지역 사제들이 수년간 저지른 아동 성추행을 은폐해 왔는가? 똑똑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멍청한 실수와 도덕적인 사람들이 저지르는 비도덕적 행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의사결정과 협상 분야 석학이자 하버드 경영 대학원 석좌교수인 저자 맥스 베이저만이 수년간 연구한 결과가 책에 담겨있다. 세상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내가 내린 의사 결정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사전에 한두 단계 예측하는 것만으로도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직관에 의지해 의사를 결정하고, 실제 상황보다는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을 때가 많다. 앞으로 어떻게든 잘 되겠지 낙관하는 경향이 있고, 좋지 않은 전조를 보고 알아채지 못하거나 애써 무시한다. 부도덕한 일을 보고도 누군가 나서기를 기대하며 자신은 외면한다. 곤경에 처했을 때 약간의 꼼수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거라 믿으며 해서는 안 될 일을 한다. 이런 일은 회사에도 부지기수다. 이번 달 매출이 모자랄 때 다음 달 어떻게든 회복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매출을 약간 당겨 잡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거래처에 재고가 쌓인다.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고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해 알아야 할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는데, 도덕적 사람들이 저지르는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보스턴 지역 담당 '로' 주교가 해당 지역 사제들의 추행을 덮은 것은 그가 처음부터 사실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의 사제들이 변화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의사 결정한 결과, 더 큰 피해 아동이 생겼고 카톨릭 교회가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범죄를 은폐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나는 한국에서 출석하던 교회에서 있었던 사건 때문에 몇 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화려한 새 예배당으로 옮길 수 없었는데, 이 시대에 교회가 할 일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담임목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사실이 알려지면서 목사를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사이에 갈등이 시작되었는데, 목사의 표절이 근본 문제였지만 나를 더 힘들게 한 건 수많은 교인의 반응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목사의 잘못은 하나님만 판단할 수 있으니 '은혜롭게' 그 정도로 하고 덮자는 주장이었다. 목사와 교회가 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거라 맹신하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아끼던 교회였기에 마음이 아프다. 교회를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은 아직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나쁜 행동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비도덕적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 때문에 훨씬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 p92


교회뿐이랴. 같은 부도덕한 행위라도 자신의 가족이나 공동체의 리더, 동료가 저지른 행위는 타인의 경우보다 관대히 여긴다. 정치인과 기업인, 종교인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과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부도덕을 보고 외면하거나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문제를 알고도 내버려 두면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비도덕적 행동에 맞서지 못할 때 우리는 문제의 일부가 된다 - p105


조직과 기업에서 ‘선택과 집중’ 이야기를 숱하게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위기를 예방하고 조직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눈을 크게 뜨고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 의사 결정하기 전에 자신의 결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한두 단계 미리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책 끝에 있는 저자의 권고를 새겨듣는다.


집중하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한숨을 돌리고, 눈가리개를 제거하며, 주위에 있는 모든 소중한 정보를 인지 (noticing) 해야 한다. 집중은 중요하지만 때로 인지가 그보다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적어도 대단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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