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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gmin Kim Oct 25. 2016

시칠리아 와인: 우리가 놓친 아름다움

이탈리아 와인을 영업하다 1편

와인의 나라 이탈리아


무더운 여름날 얼음을 동동 띄운 시원한 화이트 와인 한잔을 맛본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 달고 시원한 와인을 이태리에서 만난다면?! 유럽 와인 문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와인들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이번에 준비한 와인들은 시칠리아에서 온 아이들입니다. 함께 느껴볼까요?


많은 사람들이 와인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프랑스는 사실 대표적인 두 지역에서 밖에 와인을 생산하지 않습니다. 반면 이탈리아는 전 국토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매력은 절대 겹치는 법이 없습니다. 사실 이탈리아는 통일이 된지 200년이 채 되지 않았고, 이전에는 도시국가들의 연합이었기 때문에 각 지역의 개성이 매우 강합니다. 각 지역의 사투리는 뜻이 전혀 통하지 않을정도. 식문화를 포함한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다양성이란게 폭발합니다.


이탈리아(당시 로마제국)은 유럽에 와인이 퍼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석회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유럽의 담수는 식수로 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와인이 식수의 역할을 했죠. 또한, 시큼하게 만든 와인은 소독제, 진통제의 역할도 했기 때문에 정복활동 중이던 로마제국은 와인의 공급이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행군시 모든 군인에게 포도 묘목을 들고 다니게 했고, 점령지(본토를 포함한) 곳곳에 포도 나무를 심게 했습니다. 재미있게도 로마제국의 점령지 대부분이 와인용 포도 생산 가능 산지였고, 와인용 포도 생산이 불가능한(추운 지역)은 바이킹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로마가 획등한 훌륭한 와인 생산지 중 하나가 그리스인들이 이주해 살던 시칠리아였습니다. 로마 출신 영주들은 와인 가격을 높게 쳐주며 생산을 독려했습니다. 그 결과 시칠리아 전역에서 맛 좋은 와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다섯 도시를 뽑아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와인을 기준으로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아랍-라틴의 독특한 문화 팔레르모, 그리고 도망친 여인


로마제국 이후 아랍인들이 가장 먼저 점령한 도시인 팔레르모는 아랍과 라틴의 문화가 융합되어 화려함과 유려함의 가운데에 있습니다. 돈나푸가타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앙겔리도 그렇습니다. 화려한 붉은 과일향(라즈베리, 딸기 등)들이 코를 덮치는 반면, 감초와 같은 보드라운 향신료가 코앞에서 일렁입니다. 돈나푸가타라는 이름은 나폴리왕비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나폴리를 침략했을 때 나폴리왕비가 피난해 머물던 곳이 현재 돈나푸가타 와이너리의 건물이라고 합니다.(돈나 - 여인, 푸가타 - 도망친)


돈나푸가타 앙겔리


와인명 : 앙겔리

와인품종 : 네로 다볼라 50%, 메를로 50%

특징 : 부드러움과 적당한 단단함이 공존하는 와인, 라즈베리, 딸기 등의 잘익은 과일향이 나고 감초처럼 매끈합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향들이 당신이 멈칫하는 순간 날아가버립니다. 캐주얼한 식사자리에서 무겁지않은 대화를 할 때 잘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가격 : 6만원대

구입처 : 이마트


돈나푸가타 와이너리


와이너리 : 돈나푸가타

위치 : Via Sebastiano Lipari, 7, 91025 Marsala TP, Italy



천혜의 요새 마르살라, 올해를 대표하는 색 마르살라


거대한 항구 도시인 마르살라는 평화로운 때에도, 전란 속에서도 항상 길목이 되었습니다. 그 덕에 주정강화 와인이 발달하게 되었죠. 주정강화 와인은 배로 운송하면서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럼을 첨가 한 것이 시초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포도로 만든 브랜디를 첨가합니다. 마르살라 와인은 그 독특한 향과 맛, 색이 유명해서 팬톤에서 작년(2015년)에 올해의 색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마르살라는 지금 막 만들어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는, 푸짐하고 맛좋은 식사를 마친 뒤 여운을 남기면서 천천히 갈무리해줍니다.


펠레그리노 마르살라 피네 아이피


와인명 : 펠레그리노 마르살라 피네 아이피 세코

와인품종 : 카타라토, 그리요, 인졸리아

특징 : 주정강화와인이라 도수가 17도로 조금 높은 편입니다. 짙은 호박색이 매혹적이며 디저트 와인이지만 달지않아 식사 후 입안을 정리해주는 느낌을 줍니다. 푸짐한 식사를 다먹고 난 뒤 디저트와 함께 마시면 정말 좋은 와인입니다.
가격 : 2만원대
구입처 : 이마트, 백화점(지점마다 다름. 방문 전 문의할 것.)


펠레그리노 칸티네


와이너리 : 칸티네

위치 : Via del Fante, 39, 91025 Marsala TP, Italy



아그리젠토, 현대 시칠리아 와인의 시작


평화로운 아그리젠토는 현대 시칠리아 와인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플라네타 와이너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전통있는 양조 기술을 갖고 있는 플라네타는 시칠리아의 자부심입니다. 시칠리아의 토착품종을 가장 잘 풀어낸 와이너리가 플라네타입니다. 작고 예쁜 플럼바고 꽃이 그려진 플럼바고는 깊은 건자두향이 매력적이면서 감지하기 어려운 미미한 후추향이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꽃장식을 앞에 놓고 얘기하는 것처럼 어느새 향에 취해버리게 되죠.


플라네타 플럼바고

와인명 : 플럼바고

와인품종 : 네로 다볼라

특징 : 보들보들한 감촉에 꽃향기를 담고 있습니다. 잘익은 자두향도 감돌고 머루향도 비칩니다. 시칠리아 와인이 처음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잘 어울리며,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하게 단 둘이 마시면 사랑이 더 깊어질거에요.
가격 : 3만원대
구입처 : 이마트


플라네타 플럼바고

와이너리 : 플라네타

위치 : Contrada Dispensa, 92013 Menfi AG, Italy



화산과 공존한 강건함, 타오르미나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화산재를 뿜어대는 에트나 화산. 그 옆에서 오랜 시간 화산과 함께해온 도시 타오르미나. 이 도시는 화산과 공존하는 법을 깨달은 것만 같습니다. 화산재의 영향으로 병충해가 없어 포도 나무가 오랜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 있어왔죠. 전 유럽에 필록세라로 인한 피해가 생길 때, 화산의 도움으로 이 곳만은 순수함을 유지했습니다. 오랜된 나무들이 있는만큼 와인에서 농축된 풍미가 뿜어져 나옵니다. 대자연의 산물임을 느낄 수 있는 강건함이 존재합니다.

에트나 난띠끼아

와인명 : 난 띠끼아

와인품종 : 네렐로 마스칼레제

특징 : 유럽의 모든와인이 필록세라(진딧물)의 영향으로 미국 포도나무와 접목되었는데, 화산재 덕분에 유일하게 순수함을 유지한 포도나무로 와인을 만듭니다. 화산재위에 자란 강건함과 개성을 가득 품고있습니다. 비지니스 자리나 선물용으로 강추합니다. 단단한 느낌이 힘을 더해줄겁니다.  
가격 : 10만원대 후반
구입처 : 수입사 문의(씨에스알와인: 02-535-8407)


강건한 에트나의 포도나무. 수령이 오래 되었다.
테누타 디 아글라이아

와이너리 : 테누타 디 아글라이아

위치 : Contrada Marchesa, Loc. Passo Cannone, Castiglione di Sicilia (Catania), Italy



키케로를 사로잡은 아름다움, 시라쿠사


그리스의 시인 키케로(시세로)가 '위대한 그리스의 도시이며,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칭송한 시라쿠사. 강력한 문화의 힘을 지닌만큼 아름답고 달콤한 모스카토를 만들어 냅니다. 시라쿠사에서 극소량으로 생산되는 모스카토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흔하고 달디단 모스카토가 아닙니다. 뛰어난 농축미와 유려함이 흐르는 꿀향과 아카시아향을 뿜어대는 그런 모스카토입니다. 이 와인을 마시면서 번영했던 시라쿠사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푸피요 솔라시움 디 시라쿠사 모스카토

와인명 : 솔라시움 디 시라쿠사 모스카토

와인품종 : 모스카토

가격 : 3만원대
특징 : 4헥타르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작은 밭에서 7천병만 소량 생산합니다. 어느 하나 튀는 것없이 잘 어우러지면서 부드러운 달콤함을 보여줍니다. 예로부터 소량만 생산되는 희귀한 와인입니다. 중요하지만 부드러운 분위기가 필요한 자리에 잘 어울립니다. 중후하면서도 달달한 테너같은 느낌입니다.
구입처 : 이탈리아 현지


푸피요

와이너리 : 푸피요

위치 : Contrada Targia, 96100 Siracusa SR, Italy



본 콘텐츠 현지 정보 제공: 트래블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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