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경주벚꽃 하프마라톤

봄눈

by LKW

작년에 이어 다시 찾은 경주. 티 없이 맑았던 작년과는 달리 대회 시작 전부터 비가 내렸다.


GPT 코치는 나에게 1시간 35분 이내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었고, 나는 의심 없이 4:30분/km 정도의 속도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다리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속도를 유지하기 벅찼다. 5km 넘어설 때 35분 이내는 어렵겠다고 직감했다. 반환점을 돌고 나서 속도는 5:00분/km까지 늦어졌다. 40분 이내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계속 비가 내렸다. 얼마 전 서울동아 풀코스를 평균 4:43분/km로 달렸는데, 5:00분/km 속도로 달리기도 벅찼다. 포기하고 싶었다. 보문단지 북쪽 고개를 넘어 내리막에 들어서니 그나마 힘이 좀 났다. 이제 기록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빨리 이 고통을 끝내고 싶었다. 내 고통과는 상관없이, 보문단지는 새하얀 봄눈으로 가득했다.


공식기록은 1시간 43분 9초. 작년보다 늦었다.


준비가 부족했고 비도 영향을 줬던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아니 충분했다. 경주, 거기다 봄, 그리고 사람.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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