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수, 미국 교수되기 편에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지방에서 자라서 서울로 그리고 미국으로 넘어왔다. 사실 그만큼 미국을 몰랐던 말도 된다. 막연히 알게 된 미국은 형식보다는 실리를 중히 여긴다고 알고 있었다. 실제로 연구소 다닐 때 제일 힘든 것 중에 하나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예쁘게(!) 만드는 것인데, 그 예쁘다는 것이 무척이나 주관적인 개념이라, 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도 다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래서 꽤나 고생을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냥 흰 바탕에 검은 글씨, 끝! 물론 중에는 예쁘게 꾸민 슬라이도 볼 수 있지만, 그걸 크게 중요시 여기지 않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빨간색 바탕이라면 조금 문제가 있겠지만).
UNIST 그리고 SU에서도 하나 지키고 있는 것이 수업시간에는 가능하면 정장 혹은 비지니스 케쥬얼을 입는다는 것인데, 스스로도 옷을 잘 차려입으면 자신감도 더 나는 것 같고 일도 잘되는 것 같은 착각이 있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스쿨이니 학생들에게도 비즈니스 환경에 맞추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다. 한국은 아무래도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그래도 신경 써서 옷을 입는 친구도 많았지만, 삼선 슬리퍼에 체육복인지 잠옷인지 입고 오는 친구가 가끔 있긴 했고,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후드티에 늘어진 체육복이 무슨 대학 교복처럼 입고 다니지만, 적어도 앞에서는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길 바랬다. (강요하진 않았다).
미국에 오고나서 다른 동료 교수님을 보니, 이곳의 교수님들도 수업시간에는 항상 정장이나 비즈니스 케쥬얼을 입고 하신다. 물론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교수님들이 정장을 갖추어 입으신다. 그래서 한번 물어봤더니 "우리는 프로페셔널 스쿨로, 비즈니스 환경에서 일하는 학생을 교육하는 사람이 아니냐. 정장을 입고 격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한 노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꽤나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는데, UNIST가 다소 젊은 교수들이 많아서 더 그럴 수도 있는데, 한국보다 오히려 더 격식을 차린다는 생각이 들어 나에게는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곳에 오자마자 부터 신규채용을 담당하여 Hiring committee에 몇 학기 연속해서 들어가 있었는데 (앞서 이야기했지만, 지금 내가 소속한 학교는 노교수님들이 은퇴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뽑고 있었다), 거기에서 미국인 교수님 2분, 중국계 교수님 1분, 그리고 나 이렇게 4명 정도가 채용 심사를 담당했는데, 서류 검토를 하고 Skype 인터뷰를 하고 최종 Campus visit을 하게 되는데, Skype interview 그리고 Campus visit을 할 때, 어떻게 옷차람을 하는지 중국계 교수와 나보다 훨씬 더 보수적으로 깐깐하게 살펴보시는 거다. 그래서 중국계 교수와 "우리가 아시아인인데 오히려 미국 사람들이 옷차림도 더 신경 쓰는구나"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Skype Interview는 보통 연구실이나 지원자의 집에서 하게 되는데 그럴 때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배경이 좋지, 무엇인가 시야를 방해할 만한 것들이 있는 것을 캐주얼한 옷차림만큼이나 상당히 싫어하셨다.
그러고 돌이켜 보니 미국 동부는 서부와는 그 분위기가 다르고, 오히려 그런 Formality를 중시 여긴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진짜 그렇다.
오늘도 나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을 한다.
출처: https://07701.tistory.com/146 [강박의 2 c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