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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Gang Feb 01. 2020

한국과는 사뭇 다른 미국 교수회의 풍경

매 Academic year가 시작되면 (SU의 경우 8월 마지막 주) 앞서 이야기했던 Provost's welcome meeting에 이어 각 School 별로 전체 Faculty meeting이 진행된다. 이 교수회의에 참석을 하며 한국에서의 회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많이 받아서 이번 편에는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들어가기 전에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반 교수와 보직교수의 분리이다. 좀 의아하실 수 있겠지만, 교수는 기본적인 구분을 해보자면 Tenure-track 혹은 Tenured faculty와 Non tenure track faculty로 나뉜다. Tenure-track/tenured faculty는 대부분 Ph.D.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특히 AACSB 인증을 받은 학교는 AACSB 인증을 받은 학교에서 학위 받은 사람을 선호한다) 학교의 성격에 따라 연구, 교육, 서비스에 각각 정해진 비중을 두고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으로 Tenure-track으로 보통 임용이 되어 학교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평가를 받고 (미국의 경우 대략 6년의 시간 이후) Tenured(정년보장) 교원이 되는 교원을 의미한다. 또한 Non tenure track faculty는 Job requirement에 따라 연구나 혹은 교육에 집중된 근무를 주로 하며 정해진 계약 기간 동안 학교에서 교원으로 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Tenure-track/tenured faculty는 조교수(Assistant Professor), 부교수(Associate Professor), 정교수(Full Professor)로 그 직급이 올라가고, 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 부교수로 승진을 할 때 Tenure 심사와 함께 평가를 받고 Tenured(정년보장)가 되면 부교수 직급이 된다 (한국의 경우 학교마다 다르긴 하지만 듣기론 정교수 심사를 하면서 Tenure 평가를 한다고 들었다. UNIST는 그렇지 않고 별도로 심사했다). 이 Tenure-track/tenured faculty들이 보통 학과장(Department chair)나 학장(Dean)이나 기타 필요에 따라 설립되는 기타 조직의 장이 되는 직책을 맡기도 한다.  


미국에서 하나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이렇게 학과장이나 학장 등의 직책을 맡은 교수와 그렇지 않은 일반 교수의 일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즉 학장이나 학과장은 아무래도 담당하는 School이나 Department에서 일어나는 행정적 일들의 책임을 맡고 있고, 이를 집중하라는 의미에서 연구나 교육에 대한 의무시수 (계약상 해야 하는 연구나 교육에 대한 의무)를 줄여주는 대신 행정적인 일을 책임을 지고, 일반 교수들은 그렇지 않은 반면에 계약 상에서 명시는 연구나 교육에 대한 의무 시수를 수행하게 된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것이 어느 정도 분리는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연공서열이 그대로 적용이 되어서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행정적인 일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도 했다. 처음 미국 대학에서 교수회의를 참여하면서 느낀 생각이 이 둘 간의 분리가 확실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아무래 직책을 맡은 교수가 행정일에 대한 책임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일반 교수의 의견이 필수적이기에 위원회(Committee) 제도를 운영해서 교수들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는 일들에 대한 결정을 맡기는 모양새였다. 예를 들어, 새로운 교수를 뽑는다고 하면 일단 Department chair가 충원 요청을 Dean에게 하고 Dean은 Provost 등에게 보고하여 충원을 승인받는다 (이는 연봉 등의 자금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인이 나면 다시 Department chair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Chair는 임용을 위한 Hiring committee를 구성한다. 임용과정 간 Chair가 약간의 지원 및 참고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절차는 전적으로 Committee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최종 선발이 끝나면 Chair에게 선발된 인원을 추천하고, Chair는 다시 Dean에게 추천하고 다시 Provost에게 승인받는 형태를 따른다. 하나 재미있었던 점은 그 모든 결정의 권한이 Decentralize 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은 Committee의견이 그대로 반영이 된다는 것이고 학장이라고 해서 그 결정 과정에 영향을 행사하지 않는다. 이는 Tenure 평가 절차나 기타 다른 위원회의 결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는 그 경계가 모호하고 각 의사결정에 소위 "위에서 내려오는 의견"이 중요한 요인이었어서 이러한 절차들이 신선하게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교수회의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Dean이나 Chair가 보통 리딩을 하긴 하지만, 대부분 각 교수들의 의견을 듣고, 교수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필요한 경우 투표에 붙이는 등의 중재의 역할을 하지 자신의 의견을 크게 피력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특정 사안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것을 해당 위원회를 중심으로 교수들이 결정을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학본부나 필요한 자원을 찾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오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 창업 관련한 (UNIST에서 창업교육센터를 했던 버릇으로)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상의하러 Dean을 만난 적이 있는데, 내가 아이디어를 한참을 설명하니 "그거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은데,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되묻기에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도의 금액이 필요한데 아직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아이디어가 없다고 하자. Dean은 "그건 네가 걱정할게 아니야. 내가 알아볼 테니 너는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봐"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찌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그 아이디어에 대한 자금조달을 비롯한 수행도 보통 아이디어를 낸 사람의 몫이었는데, 그런 경험을 하다가 이곳에 와서 그 말을 들으니 엄청 새롭게 느껴졌다.  


상황에 따라서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회의에서 상충되는 의사결정을 해야 했을 때도 찬성 의견, 반대의견을 충분히 듣게 하고, 필요하면 추가시간을 마련해서도 더 이상 의견이 안 나올 때까지 듣고 투표를 하는 광경도 나에게는 상당히 낯설었다. 나이가 많은 노교수님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고, 이제 막 들어온 젊은 교수는 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기도 한다. 물론 어디나 모든 사람이 만족할만한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과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때로는 빨리빨리가 익숙한 나에겐 어색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결과"만을 주로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배워야겠지만, 그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배운다.



출처: https://07701.tistory.com/148 [강박의 2 c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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