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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Gang Feb 13. 2020

You've got mail.

아마 이 제목을 보고,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의 영화가 떠올랐다면 아마 당신의 연식을 인증하는 셈인데, 혹시 처음 본다고 생각이 들었다면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 (한때 인기가 엄청 많았는데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다)의 풋풋한 로맨틱 코미디를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예전에는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정성스레 고르고, 거기에 혹시나 틀릴세라 한자한자 정성 들여 비뚤어지지 않게 글을 써가며, 다 쓴 편지지를 누군가가 가르쳐준 예쁘게 편지지를 접는 방법을 따라 해 가며 편지봉투가 구겨질까 정성스레 풀칠하여 봉투를 봉하고, 거기에 또다시 정성스레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이고 가까운 우체통으로 가 이 편지가 누군가에게 잘 전달되길 바라는 그 경험은 이제는 하기 어려운 것 같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각종 메신저에 대부분의 공식적인 업무도 이메일로 주고받는 시대에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주연한 You've got mail 영화 (1998년작)는 당시 막 전자우편이 활성화되는 시기에 앞으로 닥치게 될 새로운 형태의 메세징 수단을 암시하는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최근에 한국에서 새로 온 편지가 없지 뚫어져라 우체통을 한국에서 보지는 않았던 것 같고, 그나마 기억나는 순간이 박사과정 합격자 발표 통지가 날 때 즈음이었나 보다. 대부분 쌓여있는 각종 고지서나 광고 전단지 속에 하얀색 봉투에 내가 지원했던 학교 이름이 쓰여있으면 그 편지를 받아 들고는 가슴이 두근두근하며 열었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 오면서, 한편으로는 참 구식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우편 문화이다. 아직 대부분의 공적인 문서를 우편으로 보내고 있는데, 그래서 한국에서는 신경도 안 썼던 우체통이 미국에서는 2020년 아직까지 아주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된다. 미국에 와서, 한쪽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각종 테크 기업들 아마존, Apple, Microsoft가 시가총액 1 trillion (1200조)을 넘어가고 있는데 반해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 우편으로 공식적인 문서를 주고받는다니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오늘 이번 주 수업을 끝내고,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그리고 주인공에 정말 몰입되어 있는) Better Call Saul이라는 Breaking Bad의 spinoff 쇼를 Netflix를 통해서 보고 있는데, 주인공이 어렵게 변호사 시험을 결과를 우편으로 받아 들고 이거 내가 못 보겠다며, 동료에게 대신 뜯어달라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내가 박사과정 지원을 할 때, 매일 같이 우체통을 뒤지며 가슴 졸이면서 뜯어봤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그때의 그 설렘과 감동이 다시금 다가왔다.  


이곳에서는 나의 인사에 관련된 서류들 (평가, 승진, 등등)이 캠퍼스 메일이긴 하지만, 가끔 내 우편함에 와 있기도 한다. 연애편지처럼 손으로 꾹꾹 눌러쓴 건 아니지만, 내가 어떻게 평가를 받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써서 정성스럽게 출력을 하고 평가위원들이 모두 자필 사인을 해서 나에게 보내온 것이다. 물론 그 내용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그 편지 봉투를 뜯으며 어떠한 내용이 있는지 손으로 정성스럽게 편지봉투를 찢으며 확인하기까지 걸리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 순간은 이제 한국에서는 느끼기 어렵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모든 게 정신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심지어 이제는 편리함에 취해 지구 반대편에서 보낸 이메일 하나가 거의 실시간으로 내 아이폰 알림으로 가볍게 진동을 주며, 또 화면을 슬쩍 쳐다보기만 해도 간단한 내용을 바로 확인해 버리는 그런 세상에서 아직 이러한 아날로그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따라 감사하게 느껴졌다. 


한때 You've got mail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이메일이 왔을 때 지금으로 보면 구형 핸드폰보다 느린 성능의 커다란 데스크톱에 깔린 윈도 한구석에서 "You've got mail"이라고 어설픈 소리를 질러대는 스피커에 열광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오히려 반대로 누군가의 손으로 정성스럽게 쓰인 내 주소와 내 이름을 보고 여기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해하며 조심스레 편지봉투를 열어보는 그것이 그립다니. 그리고 한편으로는 또 지금 세대들은 이제 영원히 그런 경험이 없겠구나 라는 생각에 서글픔 마저 느껴지는 것 같다.  

(https://www.amazon.com/Youve-Got-Mail-Tom-Hanks/dp/6305368171)



출처: https://07701.tistory.com/163 [강박의 2 c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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