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Academy awards의 4관왕을 휩쓸었다. 페북으로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참 한국인으로서 미국에 살며 참으로 뿌듯한 마음이 벅차 올랐던 것 같다. 거기다가 국제영화상,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작품상 4관왕에 작품상까지 휩쓸다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highlight를 받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학교에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Youtube에서 2억 뷰를 넘어가며 온 세계가 그 춤을 따라 하는 비디오가 넘쳐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때는 한국에 있었다.). 그러한 국뽕이 빠져들면서도 항상 조심스러운 건 내가 한국인이기에 너무 또 한국 이야기에 빠지거나 하면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아무래도 내가 가르치고 있는 Salisbury University는 대도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히 Maryland에서도 동쪽 외진 곳 Eastern Shore에 위치하기에 내가 상대하는 학생들이 그렇게 국제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항상 발목을 잡는다. 다만 최근 한국 회사들 Samsung, LG, Hyundai, Kia의 선전으로 많은 학생들이 이 브랜드를 알긴 한데 사실 이 회사들이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걸 아는 친구도 그리 많지 않다. (뭐랄까 관심의 차이랄까)
대도시 가면 한국 음식(비빔밥, 불고기) 정도는 그래도 아는 친구들도 많이 있고, 요즘 한인식당에 가면 한국식 BBQ를 즐기려는 외국 아이들이 많은 걸 보면 BTS, 한국 드라마 등의 역할이 꽤나 컸던 것 같은데 이곳은 그 손이 닿지 않은 청정구역(?)에다가 한국 식당도 그나마 하나 있던 게 없어져서 한국분이 하시는 초밥집에 가서 비빔밥을 시켜 먹는 동네이니 어느 정도인지 알만 하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가끔씩 "내가 말이야 싸이 닮았다는 이야길 들었어"하면 종종 빵 터지고 하는 걸 보면 이곳 미국에서도 기업이나 복잡한 국제 정세 보다도 가벼운 연예 뉴스에 관심을 가지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만, 종종 북한 이야기가 뉴스에서 나오기 때문에 North Korea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부분이 있기에 Korea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그리 낯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어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식에 커뮤니티에서 다들 이제 "두유노 싸이?"에서 "두유노 봉준호?"로 바꾸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길래 오늘 아침 수업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두유노 봉준호?" 하니 눈이 @.@ 이렇게 되면서 무슨 소릴 하는 거냐는 표정을 짓길래, 그리고 한참 국뽕이 빠져 '오늘은 기여코 한국 이야기를 한번 하고 가리라'는 생각에 빠져 다시 한번 물어본다. "두유노 패러사이트?" 하니 한 친구가 그나마 어제 시상식을 보았는지 끄덕거린다. ㅎ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고, 한국이 국위 선양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곤 하는데, 어제가 그런 날이 아닐까. 다만, 아직은 그런 외국문화를 많이 접하지 못한 시골사람들이 사는 시골에서 오늘도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동기부여 가득한 오늘인 것 같다.
축하합니다. 봉준호 감독!
"두유노 봉준호?"
출처: https://07701.tistory.com/161 [강박의 2 c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