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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광열 Aug 07. 2021

테뉴어 보팅(tenure voting)

차등의결권에 대한 대안

쿠팡이 미국 증시로 간 이유 중 하나로 차등의결권을 이야기하는 기사가 많이 있었습니다. 차등의결권은 1주에 1의결권이라는 주주 자본주의의 근간에 예외를 두는 제도인 만큼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은 제도이고,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 투자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테뉴어 보팅(tenure voting)은 차등의결권에 대한 대안으로, 주식을 오래 보유할수록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보유 기간에 비례하여 의결권이 늘어나기 때문에 창업자와 장기 투자자가 의사결정에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단, 차등의결권과 달리 주식의 종류를 구분할 필요 없고 누구나 장기 보유를 하면 의결권을 더 가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평성의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테뉴어 보팅은 실효성에 대한 논의에 앞서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보유 기간에 따라 투표권에 차등을 두려면 보유 기간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상장 주식은 모든 주식이 구분이 없이 똑같이 1주이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시행하려면 거래소를 비롯한 주식 거래 인프라에 상당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건 제가 만들고 있는 주주 리걸은 비상장 주식의 의결 관리 시스템이기 때문에 테뉴어 보팅과 같은 의결 방식을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비상장주식은 똑같은 보통주식이라도 각종 투자계약에 따라 추가적인 제약이 있고, 이런 꼬리표가 붙은 주식을 따로 추적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주식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non-fungible)


최근 국내에서도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데, 구체적인 방식과 효과적인 구현 방법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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