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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광열 Aug 07. 2021

프로덕트 마켓 핏을 찾아서

주주 리걸의 사례

2019년 9월 1일, 주주 관리 소프트웨어 ‘주주(지금의 주주 리걸)’의 첫 기획 회의를 했습니다. 증권 발행 및 유통에 특화된 블록체인 플랫폼, ‘코드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보고자 시작된 사이드 프로젝트였죠.


이미 미국에서는 주주(캡테이블) 관리 소프트웨어를 많이 쓰고 있었고, ‘카르타’라는 이미 조단위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은 회사도 있었습니다. 개발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잘 만들기만 하면 국내에서도 주주 관리 소프트웨어의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9개월 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20년 6월 ‘주주’를 야심차게 공개했습니다. 얼리 어댑터 고객사들이 서비스에 가입하고 회사의 주주명부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구성원 모두가 환호했죠. 이제 서비스가 쭉쭉 성장할 일만 남은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고객획득 비용은 높고 리텐션은 낮았습니다. 힘들게 영업해서 주주명부를 올려드려도, 1~2번 사용해 보신 후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가설이 틀린 건지, 아직 효과적인 채널을 못 찾은 건지 고객들에게 Aha moment를 줄 수 있을 만큼 서비스를 잘 만들지 못한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성장의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주주’에는 주주총회 기능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는데 고객들은 주주관리보다 주주총회에 대해 문의를 더 많이 주셨습니다. 주주총회 안건에 등기 사항이 포함된 경우 법인등기에 대한 문의도 많이 주셨고요.


여기서 또 하나의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고객들은 주주 관리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주주총회, 법인등기 등 주식회사가 해야하는 일들을 하면 자동으로 주주관리가 되는 시스템을 원하다”는 가설이었죠. 이 가설 검증하기 위해 주주총회·이사회·법인등기 기능을 보강한 MVP를 2개월 만에  만들어서 2020년 8월 말 ‘주주 리걸’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출시하였습니다.


다행히 이 가설은 맞았습니다. ‘주주’가 good to have 소프트웨어라면, ‘주주 리걸’은 must have 소프트웨어였고 덤으로 good to have 주주 관리 기능까지 제공했으니깐요. 주주총회·이사회·법인등기 소프트웨어는 주주 관리 소프트웨어보다 100배쯤 복잡한 소프트웨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우리 팀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복잡한 요구사항의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능력이므로 이건 페널티가 아니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났습니다. 약 1700개’의 고객사가 주주 리걸’을 통해 3494건의 주주총회·이사회를 진행하셨고,이로 인해 발생한 1201건의 주식 변동 이력을 업데이트해드렸습니다. 주주 관리 소프트웨어 원조인 미국과도 다른 주주명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닌 주주명부가 자동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1년 전 서비스를 처음 기획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서비스가 되었지만, 고객이 원하는 걸 만든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어렴풋이 느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겠지만, 그래도 즐겁게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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