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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Aug 05. 2022

굿바이 홍대, 신촌, 그리고 나의 20대

눈오는 노고산동 골목


10년 전, 대학입학과 동시에 20대 중반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홍대와 신촌에서 보냈다. 홍대에서 학교 수업을 듣거나, 혹은 수업이 아니더라도 지인들과 만나는 곳은 홍대앞이었다. 10년이 지난, 현재로 돌아오면 나는 30대에 들어온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취업 후에는 학교 앞도 갈 일이 없어 자연스럽게 홍대와 신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사나온 날짜와 이사들어갈 날짜가 맞지 않아 잠시 머물 곳이 필요했다. 어쩌다보니 2달 간 신촌과 홍대의 경계, 노고산동에서 살게 됐다. 

신촌에 사는 2달은 한국에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시기였다. 덕분에 신촌에서 학창시절만큼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집 근처 산책이 전부였다. 걷다보면 만나는 학창시절과 변함없는 가게와 장소들이 있는 반면, 추억이 담긴 장소들에 다른 가게가 들어와있거나 건물 자체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가게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홍대 주위를 걷다보면 따로 연락이나 약속 없이도 만날 수 있던 학교 사람들과 지인들도 더 이상 홍대거리에서 만날 수 없었고, 내 주위에 있지도, 더는 연락하는 사이로 남아있지도 않았다. 그 익숙한 길에 낯선 공간은 자주 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멈춰선 나는 겹겹히 쌓여있는 시간만큼 퇴적된 기억에서 어떻게든 현재와의 연관성을 찾아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곤 이곳의 이방인으로 합류했다. 그 옛날 단골가게 자리에 다른 가게가 들어온 것처럼, 나 또한 20대라는 안보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했지만 즐거웠던 시절은 철수하고, 현실과 책임이라는 30대의 인생이 나의 자리에 들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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