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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Aug 15. 2022

글쓰는 인간 1

모든 것은 한 줄의 글짓기로부터

나는 오늘도 노트북으로 글쓰기 위한 메모장 프로그램을 켠다. 회사 일과 관련되어 써야할 것들을 해치우고, 필요한 내용들을 기록하고 나면 바로 다음에는 개인 블로그나, 숙제처럼 글을 올리고 있는 브런치나, 회사에서 써먹을 기술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지킬 깃페이지 글을 쓴다.

Photo by Thought Catalog on Unsplash

나는 왜 글을 쓸까?라는 질문 전에, 언제부터 썼을까?라는 회고를 해보면 초등학교 시절 저녁 8시마다 어머니와 함께 했던 한 줄 글짓기 시간이 그 시작이다. 단어로 문장만들기 같은 책이 있었는데, 각 페이지마다 한 줄의 빈칸과 그 아래에는 글짓기에 들어가야할 필수 단어 3, 4개가 적혀있었다. 주어진 단어들을 이리저리 조립하여 말이 되는, 혹은 의미가 있는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글쓰기 숙제였다. 어머니가 따로 내주시던 글짓기 숙제, 그 덕분에 나는 먹고 살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를 잘게 쪼개서 보면 1) 외부의 정보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2) 외부의 정보와 자신의 생각을 조립하여 문장으로 만들고 3) 밖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줄 글짓기는 이 과정을 단순화해 연습하는 좋은 훈련임에 틀림없다.(물론 지금은 더 좋은 방법이 많을 것이다) 1) 주어진 단어(외부의 정보)와 어린 나의 상상력(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2) 주어진 단어(외부의 정보)와 어린 나의 상상력(자신의 생각)을 조립하여 문장으로 만들고, 3) 주어, 목적어, 동사로 구성된 문법에 맞는 한 문장으로 만들었다(표현하는 과정)

글쓰기와 함께, 글을 더 잘 쓰기 위해서, 혹은 글쓰기의 자양분이 되는 것은 독서다. 글쓰기와 독서는 반드시하나의 묶음이 된다. 글을 많이 읽은 인간은 반드시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자신이 읽은 책처럼 표현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글쓰기를 하는 인간은 더 잘하기 위해 다른 이들이 써놓은 글을 읽는 독서를 할 수 밖에 없다. 엄마가 만든 8시 규칙적인 글짓기 시간은 단순히 작문 훈련 뿐만 아니라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였다.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선택하고 대학을 공대로 가면서 독서와 글쓰기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과 공대생들에 비해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은 취업자소서를 쓸 때 뿐만 아니라 토론에도, 면접 때도, 문제풀이에도, 심지어 회사생활 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합한 답을 떠올려 표현, 해결해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여러 블로그 글쓰기는 마치 어릴 적 한 줄 글짓기의 확장된 훈련과 같다. 아직도 글쓰기가 많이 부족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글쓰기 훈련도 다른 훈련과 마찬가지로 노력한 만큼 성장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글쓰기 훈련을 소홀히하면 퇴보는 반드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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