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영어 이름 부르기를 도입한지 벌써 2년이 됐다. 영어 닉네임 부르기는 많은 스타트업에서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시도 중 하나다. 기존에도 수직적인 조직은 아니었고, XX님!이라고 부르면서 직급을 따로 부르지 않아 호칭에서도 위계 질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더 수평적이면서, 보이지 않는 거리감과 권위주위를 없애고, 더 의견을 자주 낼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목적이었다. 인사팀에서는 영어 이름 부르기를 파일럿으로 테스트 해보더니 어느 순간 정식 규칙으로 도입했다.
영어 이름 부르기를 파일럿으로 2달 정도 진행했을 때, 나는 결론적으로 '영어 이름 부르기' 규칙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영어 닉네임 부르기는 우리 회사 문화에는 딱히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내부 인원들간 오묘한 사적 거리감을 형성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한글 이름을 까먹을 뿐더러, 새로 들어오는 사람의 한글 이름은 애초에 기억을 못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했다. 새로 입사하는 분들도 회사 모든 사람의 영어이름(실제 부르기 위해서)과 한글이름(이따금씩 사용될 때가 있기 때문에)을 모두 외워야하는 적응의 어려움이 있다.
이 규칙에 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부분은 우리 회사 구성원의 나이 분포 때문이다. 경영진부터 최근 입사한 인원들까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조직, 혹은 경영진이 일반 직원보다 나이가 적은 스타트업에서는 영어 닉네임 부르기가 유의미한 정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조직에서 영어 닉네임 부르기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우리는 많은 경우 딱딱한 격식과 존중을, 큰소리 치는 권위와 권한을 구분하지 못한다. 비슷한 또래와의 소통은 호칭을 어떻게 부르던 상관 없을 것이다. 이 룰에 영향을 받는 것은 나이 차이가 나거나, 직위 차이가 나는 경우 두 가지다. 이 차이에서 발생하는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영어 닉네임을 도입한다고 해도 20대 신입이 40대 차과장에게, 30대 대리와 50, 60대 이사가 활발한 양방향 소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람들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인간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 상대방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어떤 업무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지 같은 아주 표면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것들 말이다. 그런 관심, 존중, 협력이 기본 바탕에 없다면 누군가를 부를 때 '대니얼'이라고 부르는 것과 '저기요'로 부는 것은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