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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돌아보기

10년의 끝,

by 제제의 하루

살아가다 보면 10년이 언제 흘렀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을 때가 있다. 특히 우리가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기준점을 따로 기록해 두고, 나중에 다시 확인하여 그 차이를 인식하는 행위는 특별한 의도 없이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제는 여름 휴가차 들렀던 동네에서 저녁 식사거리를 사기 위해 숙소 근처 하나로마트를 방문했다. 주차장부터 묘하게 와본 적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오랜 사진을 넘기며 확인해보니 정확히 10년 전, 같은 날짜에 방문했던 하나로마트였다. 어제는 두 아이와 아내와 가족여행 중 들렀지만, 그 때는 대학생 모임 MT 때문에 이곳에 왔었다. 10년이라니, 돌이켜 보면 그 얼마나 순식간에 지나갔는지, 그리고 많은 것들이 변했는지 혼자 야외에서 숯불을 피우며 회상에 잠겼다. 별것 아닌 일에도 히히호호 웃던 대학생 모임 친구들은 이제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가 되거나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모여서 그렇게 좋아하던 술을 더 이상 마시지도 않고, 더 이상 연애나 소개팅 이야기를 왁자지껄 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직장과 출산, 육아 같은 인생의 새로운 챕터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 10년 전 그때는 이 하나로마트에서 놀러나온 것에 취해 웃고 떠들기 바빴고, 지금은 같은 곳에서 아이 둘의 손을 잡고 장을 봤다. 시간은 그렇게,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놓는다.


이 여름 휴가의 마지막날에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마지막으로 뛰는 경기가 상암에서 열렸다. 손흥민 선수도 토트넘에서 10년을 뛰었기에 마지막 경기에서 교체되어 필드 위를 떠날 때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10년 전, 독일에서 영국이라는 새로운 무대로 이적해 쉽지 않은 적응 시간을 거치고, 만개하는 동안 멋진 경험과 동료와의 협업, 몇 가지 개인적 성취를 이루었다. 그리고 완벽한 마무리와 이어지는 이별까지의 10년.


나에게 10년이 지나갔음을 알리는 전혀 다른 종류의 두 사건을 통해 10년의 무게가 느껴졌다.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지금과 전혀 다른 위치에 서있을 것이고 단순히 시간을 보낸 것만으로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10년, 이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나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과 문제를 마주하고 있겠지. 지금의 내가 10년 뒤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이나마 멀리 내다보되, 매일 작은 성취를 쌓아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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