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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공리주의와 영국상류사회의 속물근성

찰스 디킨스, 《어려운 시절》

by ENA

찰스 디킨스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시절》에서도 산업혁명 당시의 영국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신랄하다. 그의 비판은 주로 상류사회의 속물근성을 향하는 반면, 서민에 대해서는 따뜻한 시각을 감추지 않는다. 그래서 줄곧 19세기의 영국사회가 배경이지만, 현대에 읽더라도 고스란히 그 내용만은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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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장면에서부터 쓴웃음이 난다.

토마스 그래드그라인드 선생은 매우 현실적인 인간으로,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해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믿는다(이름부터가 그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찰스 디킨스는 이런 걸 즐겼다). 이성과 원칙만이 중요하며, 다른 인간적인 감정 따위는 불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런 그의 믿음은 그가 운영하는 학교에서도 적용될 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교육에는 더욱 엄격히 적용된다. 그런 토마스 그래드그라인드는 당시 유행하던 공리주의를 상징한다. 찰스 디킨스는 “통계와 수치로 모든 걸 판단"하는 공리주의를 비판하며, 그런 사회는 인정이 메마르고, 따라서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의회 의원이기도 한 그래드그라인드 선생의 사회관, 교육관이 가장 정확하게 적용된 사례인 큰 딸인 루이사(그래서 루이사는 그래드그라인드의 성공 사례로 여긴다)와 아들 톰의 불행을 통해서 그래드그라인드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과정과 결과는 소설의 구분에 따른 소제목(1권 ‘씨앗뿌리기', 2권 ‘수확하기', 3장 '저장하기’)에도 드러나는데, 마치 “뿌린 대로 거둔다"를 의미하는 듯하다.


다만, 그래드그라인드는 곡마단원의 딸인 씨씨를 거두는 인정을 발휘하기도 하며, 나중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이는 찰스 디킨스가 사람이 깨달음을 통해 바뀔수가 있으며, 역시 사회 역시 개선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크리스마스 캐롤》의 스쿠루지처럼).


또 한 명의 비판 대상은 조사이아 바운더비다. 그는 보잘것없는 출신 성분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부를 일군 산업가로 그려진다. 그러나 노동자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상류 사회, 혹은 귀족 사회에 대한 비정상적인 경외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어머니에게 버림받았으며, 거의 거지와 같은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지위에 올라왔다고 얘기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폭로되는데, 그게 그가 자신의 출세의 상징으로 여기는 스파싯 부인으로부터 나온다는 것 역시 찰스 디킨스다운 풍자다. 코크타운이라는 산업혁명이 만들어 낸 검은 도시의 분위기 역시 찰스 디킨스 소설의 주요 배경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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