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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오건영, 《위기의 역사》

by ENA

1990년대 이후, 정확하게는 우리가 ‘IMF사태’라 부르는 1997년의 외환 위기부터 네 차례의 세계 경제 위기를 다루고 있다. 그 원인과 극복 방향, 그리고 그 여파 등을 이야기하는데, 그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주요 수단은 신문 기사다. 그리고 저자의 경험과 친근한 목소리다.


네 차례의 경제 위기는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2000년대 초반 기술주의 급락으로 인한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로 불리면서, 이른바 ‘대침체’라고도 불리는 금용위기,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가리킨다.


이들 위기 각각의 원인과 전개, 해결 방식, 그리고 그 여파 등은 책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게 설명하는 데다,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덧붙이고 있고, 친숙한 예를 통해 더욱 이해를 돕는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각각의 역사를 아는 것이 아니라 이 위기들의 공통점이다. 그 공통점은 바로 ‘낙관론’과 ‘환경의 급격한 변화’다. 낙관론이란, 현재의 상황이 꽤 오래 지속되어 왔으니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안이함이다. 이런 안이한 낙관론에 예측하지 못했던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들이닥치면서 적절한 대응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벌어진 것이 네 차례의 경제위기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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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외환위기는 반도체 호황, 엔화 강세 등으로 호경기를 이어가면서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이어질 거란 낙관론에 규제 완화와 단기 외채를 통한 무리한 투자가 이어졌는데, 예측지 못했던 PC 시장의 침체, 엔화의 약세 전환 등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손쓸 틈도 없이 그 파도에 휩쓸렸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닷컴 버블도 인터넷 혁명에 따른 기술주의 등장과 성장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낙관했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연준이 돈을 풀어 막아줄 거라 믿으면서 미국인들의 폭발적인 자산 가격 상승이 이뤄졌지만, 과잉 소비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에 놀란 연준이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버블이 붕괴되었다.


금융위기에 관해서는 많은 분석이 이뤄졌지만, 저자는 이를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믿음에 따른 파생상품을 통해 시중 유동성 확대가 이어지고,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와 위험한 투자가 이어졌는데, 주택시장이 흔들리면서 파생상품이 무너졌고, 신흥국가들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불균형이 생기면서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고 갔다고 본다(저자는 여기에 금융회사 등의 부도덕성 같은 인적 요소는 배제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것까지 집어넣으면 이야기가 복잡해질 것으로 여긴 것은 아닌가 싶다).


40년 만의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다.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이란 표현에서 보듯 1980년대 이후 오랫동안 전 세계 경제는 대체로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았다. 대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디플레이션을 더욱 걱정하고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양적 완화 등으로 풀려버린 돈으로 인플레이션이 오는 징조를 일시적인 것이라 착각하고 두고보다 뒤늦게서야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저자는 이런 네 차례의 경제 위기를 공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전에 겪은 ‘위기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위협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깨닫고, 똑같은 형태는 아니겠지만 과도한 낙관론 혹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와 같은 큰 틀에서 현재와 공통점이 있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자본주의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에 항상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경제 위기는 닥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위기를 얼마나 빨리 감지하고 올바르게 대처하느냐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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