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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 세계시민에 이르는 길

박균호, 《세계 고전 유랑단》

by ENA

부제처럼 쓴 글귀에서 ‘세계시민’이라는 단어에 좀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이제 우리나라도 살 만해졌으니, ‘세계시민’의 의식을 가져야 해. 그런데 세계시민은, 세계시민의 의식, 감수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


언뜻 생각하면, 세계시민이란 다른 나라로 많이 나가 여행하고, 혹은 일하고, 그 나라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다. 세계시민 의식이란 세계 속에서, 다른 나라, 혹은 나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서 소양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전혀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외국인과 교류하지 않더라도 세계시민 의식, 감수성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만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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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선생은 그 세계시민 의식, 감수성을 키우는 데 문학 고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문학 고전이란 무엇인가? 당장의 살아가는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가 보편적으로 고민하는 문제를 먼저 고민하고, 그것에 대해 해답을 딱! 던져주기보다는 함께 이야기나누는 작품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온 그 작품들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또 그들의 말과 행동, 생각을 통해서 우리는 고민하게 된다. 어렵다고 해서 멀리하곤 하지만, 또 읽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특히 누군가의 도움만 있다면 더욱 의미를 곱씹으면 읽을 수 있다. 박균호 선생은 고전을 읽고,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중학교 학생 정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리 길지 않고, 어투도 친근하다(특히 표지가 그렇다). 문학 작품에서 보편적인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하는데, <돈키호테>에서 다문화 사회를, <모비 딕>에서 종교 갈등을,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노동자에 대해, <타임머신>에서는 빈부 격차를, <페스트, 1665년 런던을 휩쓸다>에서 전염병에 대응하는 연대 의식을, <빨간 머리 앤>에서 입양의 문제에 대해,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서는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 혹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그런데 이 문제들은 기성세대로서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다. 굳어버린 인식 체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바꾸려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들이 중학생들이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니, 이 문제들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우리는 더불어 살아간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배려하고, 사회의 문제에 대해 공동체의 시민으로써 인식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들뿐만 아니라 기성 세대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그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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