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책이 좋아서

김동신・신연선・정세랑, 『하필 책이 좋아서』

by ENA

부끄럽지만 책을 몇 권 내다보니 책 만드는 일에 대해 관심을 조금 관심이 생겼다. 편집자를 비롯한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이들의 글을 가끔씩 읽으며 조금 더 알아갈수록 그 수고스러움에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게 사실이다. 세 명의, 역시 책 만드는 일을 해왔고, 책을 읽히는 데 힘을 보태는 이들이 쓴 『하필 책이 좋아서』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들의 자부심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실은 제목부터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책을 좋아하는, 그래서 언젠가는 주제넘게 ‘책의 인간’이라고도 했던 나이니 ‘책이 좋아서’란 말에는 은근히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런데 ‘하필’이다. 왜 ‘하필’일까? 다들 알 거다. 왜 ‘하필’인지. 그러나 그게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여겼다. 박균호 작가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나는 이 제목이 원래는 야구에서 온 것인 줄 알고 있었지만)이란 제목처럼, ‘하필 책’이지만, 그런 체념끼 어린 말투에서 ‘그래도 어쩔 건데?’하는 당당함이 조금은 엿보이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에 얽힌 체념과 불안과 아쉬움, 고단함도 있지만, 즐거움과 자부심, 보람이 함께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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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은 그저 소설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전에 편집자 일을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일만이 아니라, 그 글이 하나의 책으로 엮어져서 나오는 일, 그리고 그것이 독자들의 손에 다다르는 일, 글에 대해 사람들이 평가하는 일 등에 너른 관심을 갖고 있다.


김동신은 디자이너다. 책의 표지를 디자인한다. 그런데 책의 디자이너라는 게 그런 일만을 하는 게 아니라는 처음 알았다. 많은 이들과는 달리 나는 책 표지 디자인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그의 글을 읽으며 좀 달라질 것을 예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까다로워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대신 책 표지를, 혹은 글자체를, 혹은 책등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은 분명하다.


신연선은 출판사에서 홍보기획자로 일했고, 온라인서점에서 (그리고 아마도 포털에서도) 도서 담당 MD로 일했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이고, 팟캐스트의 대본 등을 쓰며 책을 알리는 일을 한다. 그의 글에는 출판사나, 혹은 포털의 도시 MD로 일할 때의 고단함이 짙게 묻어난다. 그러나 그럼에도 출판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그걸 덮는다. 왜 책을 만드는 이들이 그래도 계속 생겨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셋의 글 모두 의미를 두고 읽었지만, 뜻밖에도 글을 제일 많이 쓰지 않았을 것 같은 김동신의 글이 가장 신선하고, 더 집중해서 읽었다. 아마도 내가 자주 접하지 못했던 분야의 글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그는 이렇게 썼다.


“눈이 볼 수 없는 영역을 카메라를 통해 보고 발로 갈 수 없는 거리를 자동차로 쉽게 도달하듯이 글은 생각을 그 소유자로부터 시간적, 공간적으로 분리해 스스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글이 생각의 몸이라면 책은 글의 몸이다.”


김동신의 글을 읽으며,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최근에 읽어서인가, 나는 책이 나의 ‘확장된 표현형(extended phenotype)’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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