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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19. 2020

수학은 발명한 것인가, 발견된 것인가

로버트 스네덴, 《수학의 역사를 만든 놀라운 발견들》

분명 수학은혹은 수는 현실의 필요 때문에 탄생했다. ‘엄대의 눈금, ‘이상고 뼈도 무언가를 세기 위한 수단이었으며무언가를 세는 것은 분명 현실적인 필요였을 것이다수학은 그렇게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아니면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 수학은 정말 극적인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 왔으며그만큼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우리의 수능 수학 시험에서 다루지 않는원근법이라든가음악 속의 수학시각 데이터라든가 하는 것도 분명히 수학의 역사에 포함된다수학자라는 직업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그것은 당연히 수학적 논리에 의해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로버트 스네덴의 수학의 역사를 만든 놀라운 발견들(원제: Problems Solved)은 수에 대해 처음 생각해낸 것부터 시작해서 수 체계를 발명하고, 0을 발명하고확률이라는 분야를 탄생시키고로그와 미적분이라는 수단을 만들어내고결국은 컴퓨터 과학게임이론카오스이론에 이르는 수학의 역사를 일별하고 있다. 20개 장으로 이루어졌는데각 장은 한 가지 주제에 관해서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흥미로운 수학의 에피소드를 적지 않게 담고 있다핵심적인 내용이라는 것은해당 수학의 내용이 무엇 때문에 고안되었고어떤 발달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것이다예를 들어 로그에 대한 장(10장 로그계산이 쉬워지다)을 보면네이피어가 큰 수를 계산하는 데 간편하기 위해서 로그라는 개념을 생각해냈으며처음에는 다른 수학자들이 잘 이해를 하지 못하다 브리그스와 공동 작업으로 밑이 10인 로그(상용로그)를 도입하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복잡한 로그 방정식 계산 같은 것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로그의 의미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그러면서 네이피어라는 인물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수학과는 관련이 없는)도 박스를 두고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장은 13장 그림으로 나타낸 수시각 데이터우리는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시하는 데 매우 익숙하다그런데 그게 언제부터 그런 시각 데이터가 사용되었는지는 궁금했다이른바 백의의 천사로 일컬어지는 나이팅게일이 크림 전쟁과 관련한 활동에서 아주 효율적인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선보인 인물이라는 것은 여러 문헌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나이팅게일이 시각 데이터라는 기술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몰랐다로버트 스네덴은 수학의 역사에 관한 다른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이른바 인포그래픽(infographic)을 다루면서 우선 기억해야 할 인물로 윌리엄 플레이페어(William Playfair)를 소개하고 있다제임스 와트의 개인 조수로도 활동했던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인물이었던 플레이페어는 1786년 경제와 정치의 지도를 출간하면서 선 그래프 44개와 1개의 막대그래프를 사용했다고 한다최초로 시각적으로 통계를 나타낸 저술이었다고 평가한다그중에서도 18세기 영국의 수출입 총계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첫 그래프인데형태상으로 요즘의 시각데이터와 다를 바가 없다또한 산소의 발견자 중 한 사람인 조지프 프리스틀리도 그래프를 사용했던 주요 인물이었다그는 역사 그래프를 만들어 수평축은 시간을수직축은 장소를 나타내도록 했다물론 런던의 콜레라 발병의 지도를 작성했던 존 스노우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이 시각 데이터의 역사에서 주요 인물이라는 것을 로버트 스네덴이 빠뜨리지는 않는다.

 


로버트 스네덴은 마지막 장에서 수학이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수학이 발견된 것인지발명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많은 사람들이 우주의 수학적 질서를 얘기하며 우리는 그것을 발견해 온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수학 법칙 자체가 현실과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로브터 스네덴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다만 다음과 같이 쓰면서 이 책을 마무리한다.

수학은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하지만 현실이 우리와 소통하는 방식이 수학이 될 수는 있다아니면 우리가 현실을 인지하는 방식과 수학이 잘 어울리는 것은 수학이 정확히 그렇게 되도록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일까진실이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아마도 수학은 현실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발명한혹은 발견한 최고의 도구일지도 모른다.”

 

발명과 발견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수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수학의 역사는 그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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