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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22. 2020

전염병, 세계화를 흔들다

마크 해리슨,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2020, COVID-19를 두고 전대미문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해서는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물론 전 세계적인 전파의 범위와 속도는 역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본질적으로 전염병이 전 세계에 영향을 준 사례는 적지 않으며또한 단일 전염병 전파로 인한 세계의 사망자 수 역시 어마어마한 예는 역사에서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다물론 지금의 상황에 엄중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이와 같은 사례를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으며또한 앞으로도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COVID-19와 관련해서 가장 큰 논란 내지는 논쟁 중의 하나는 격리와 봉쇄에 관한 것이다전염병을 차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당연히 격리와 봉쇄다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에 대해 이동을 완전히 차단해버리면전염병은 그 지역을 나올 수 없을 것이고 다른 지역은 안전해질 것이다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하게 된 게 도시의 형성과 관련되어 있고도시와 도시 사이의 사람의 이동에 의해 전파가 이루어지면서 실질적인 공포가 된 것이라는 점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 등을 비롯하여 많은 책들이 알리고 있다.

 

그러나 격리와 봉쇄는 전염병 지역에 대한 인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지역과 국가 사이의 교류를 차단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도시와 도시국가와 국가 사이의 교류가 제한적이었던 시대에는 그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세계가 무역으로 연결된 시대 이후에는 아주 절체절명의 문제가 되었다상업으로 국가의 부를 축적해가는 시대가 되면서 상업적 연결을 차단하는 봉쇄와 격리는 엄청난 손실을 의미했다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런 무역이 전염병의 확산을 가져왔다는 데 있었다그러니까 상업내지는 무역은 전염병 확산의 원인이면서그것을 부인해야만 하는 모순적인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그런 문제가 전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19세기였다.

 

19세기는 국가와 도시 사이의 연결이 촘촘해지기 시작한 시기였고무역으로 국가의 부가 축적되는 시기였고그렇게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진 시기였다그러나 19세기는 또한 전염병의 시기였다콜레라페스트황열병이 무역선을 타고 전세계로 퍼져 나갔고수많은(지금의 COVID-19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숫자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갔다마크 해리슨의 전염병역사를 흔들다는 바로 이 시기에 벌어졌던 논란과 다툼에 대해 다루고 있다중세에서 시작하고 있고, 21세기의 광우병사스돼지 독감조류인플루엔자 등도 다루고 있지만이 책의 초점은 아주 극명하게 19세기에 있다이 시기에 격리와 봉쇄를 주장했던 측과 격리를 반대했던 이들의 논리와 논쟁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지금의 지식으로 판단해보면당시에 격리 조치를 반대했던 이들의 논리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그러나 당시 전염병의 실체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을 감안하면 전염병에 의해 경제가 격리나 봉쇄가 위축시킨다는 주장은 그렇게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었다하지만 역시 그 실체가 분명하지는 않았지만현상적으로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보았을 때 격리와 봉쇄 조치의 효과를 보는 이들은 당연히 그것을 옹호할 수 밖에 없었다역사는 양쪽의 주장 중 한족이 완벽히 그르지도옳지도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경제를 생각하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하지만자유로운 이동은 필연코 바이러스의 자유로운 전파를 의미한다그렇다고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는 회복이 쉽지 않은 경제 침체를 가져온다어느 한쪽의 손을 번쩍 들어주기 힘든 것이 바로 19세기의 상황이었고또 지금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런 상황에서도 어떤 국가는 좀 더 엄격한 관리 쪽에또 어떤 국가는 좀 더 자유로운 활동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그리고 그런 선택은 현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2년에 원저가 출간되었던 터라 아직 COVID-19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저자의 견해는 적절한 균형을 얘기하는 것 같고또 정답이 없다는 것 같다하지만 조금은 과도한 격리 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으로도 읽힌다(“무역의 위생 규제에 순수하게 기술적인 해결책은 결코 있을 수 없다그렇지 않다고 제안하는 것은 기껏해야 순진하고 나쁘게 말하면 위험한 허구다.”). 이런 견해가 편파적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그가 아직 COVID-19를 겪기 전이라는 것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세계화에서 온 전염병은 세계화를 흔들었다.

 

덧붙이자면번역은 좀 그렇다책의 가치를 많이 깎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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