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시대

앨리스테어 혼, 『나풀레옹의 시대』

by ENA

저자가 이 책을 쓸 때 조사했다고 하면서 나폴레옹에 관한 책이 60만 권이 넘는다고 한다. 어떤 언어로 쓰인 책을 조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조건에서도 정말 많다. 그만큼 나폴레옹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또 연구되는 존재다. 앨리스테어 혼은 거기에 한 권의 책을 보태고 있다.


물론 나폴레옹을 다루면서 올라가고 내려가는 과정을 모두 다루지 않을 수 없겠지만, 나폴레옹을 다룬 책들은 대체로 올라갈 때를 다룬 책과 내려갈 때를 다룬 책,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쪽이든 더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반면 앨리스테어 혼의 책은 그 둘을 한꺼번에 쓰고 있다는 점에서 좀 독특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책이 그냥 나폴레옹의 생애를 다루지 않은 책이라는 점은 제목에서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그냥 ‘나폴레옹’이 아니라 ‘나폴레옹의 시대’가 이 책의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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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책은 나폴레옹의 흥망성쇠의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물론 그것을 얘기하지 않을 순 없지만, 구체적인 과정을 ‘묘사’하고 있지는 않다. 쿠데타로 집권하는 과정,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의 승리, 러시아 원정의 실패, 워털루 전투에서의 패배. 이런 것들은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만 짚고 넘어갈 뿐이다. 그런 일들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를 극적으로 서술하지 안는다는 얘기다. 대신 그런 변곡점들의 앞뒤에 걸쳐 프랑스와 유럽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5장 ‘최고의 설계사, 6장 ‘칙령으로 지정된 양식(樣式)’, 7장 ‘제국의 오락’, 8장 ‘낭만주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이 책의 제목에 어울리게 나폴레옹의 시대가 이전의 앙시엥 레짐, 그리고 혁명 시기와 무엇이 달랐는지 보여주고 있다.


나폴레옹의 시대를 한 마디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앨리스테어 혼의 이야기를 간단히나마 내가 이해한 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폴레옹의 시대는 혁명 정부의 무자비함 이후 집정 정부의 무능력함을 극복할 것으로 여겨졌고, 또 그런 것으로 받아들여졌기에 프랑스 국민은 일단 열광했다. 혁명 시기의 숨막히는 규제에서 벗어나 무도회도 많이 열리기도 했던 숨 쉴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시대는 기본적으로 독재의 시대였다. 언론을 통제했고, 자신의 정적을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 대혁명의 이상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고 그것을 전파하려고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엘리스테어 혼의 관점은 별로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정복은 알게 모르게 프랑스 대혁명의 이상이 전파되는 데 기여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앨리스테어 혼이 나폴레옹의 시대가 남긴 가장 영구적인 업적으로 삼는 것 중에 하나는 법전과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다. 나폴레옹 법전은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그가 과학과 기술 발달을 위해서 세운 고등교육기관 역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코르시카의 유산에 따라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는 매우 퇴행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게 그대로 법전에도 반영되어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나폴레옹은 결국 패배자로서 세인트헬레나에서 어쩌면 비극적인 마지막을 맞이했는데, 앨리스테어 혼의 시각은, 아니 많은 사람들의 시각은 다르다. 앨리스테어 혼은 그걸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그가 유럽에서 느꼈던 사회적 의제가 그렇게 많이 현실화된 것을 보면 생장 산의 언덕에서 승리를 거둔 이는 웰링턴이 아니라 나폴레옹이라고 생각될 지경이다.“


* 몰랐는데 다 읽고 나서야 앨리스테어 혼이 쓴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바로 『베르됭 전투』다. 사뭇 이 책의 분위기와는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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